[사설]15년 만의 최악 양극화 촉발한 소득주도 성장 정책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2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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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어제 발표한 1분기 가계동향조사에서 가계소득이 하위 20%인 1분위의 월평균 소득은 128만6000원으로 1년 전에 비해 8%가 줄었다. 반면 가계소득이 상위 20%인 5분위의 월별 소득은 1015만1000원으로 전년에 비해 9.3%가 늘었다. 이 때문에 고소득층이 저소득층보다 얼마나 소득이 더 많은지를 보여주는 ‘소득 5분위 배율’도 5.95배에 달했다. 고소득 가구가 저소득 가구보다 6배가량 많은 돈을 번다는 것이다.

현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등으로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려 주면 이들이 소비를 늘려 경제가 성장한다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펴왔다. 하지만 저소득층의 소득은 오히려 5년 전인 2013년 수준(128만9806원)으로 후퇴했고 고소득층의 소득은 처음으로 1000만 원을 넘었다. 소득 양극화는 2003년 관련 통계조사 이후 최악이다.

정부는 이번 통계가 늘어난 70세 이상의 고령 인구가 저소득층에 편입됐기 때문이라고 추정하지만 이를 고령화의 결과로만 설명할 순 없다. 오히려 저소득층이 주로 일하는 도소매업·숙박음식점업과 임시근로자 등의 일자리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의 영향으로 사라졌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반면에 3분위 중산층 이상의 가계 소득은 모두 증가했다. 전체 일자리 증가 폭이 둔화된 가운데 노조가 일자리를 보호하는 근로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기본급이 오르면서 소득 격차가 커졌다고 봐야 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도 23일 최저임금이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이 “최저임금과 고용감소는 상관관계가 없다”며 선을 그었지만 경제정책의 수장인 김 부총리가 정책 변화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경기 침체가 현실화되면 이를 탈피할 정책수단도 마땅치 않다. 세금으로 일자리를 만들고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의 부작용도 세금으로 땜질하면서 국가부채의 연평균 증가 속도는 11.6%에 달한다. 한국은행이 어제 금리마저 동결하면서 금리를 내려 경기를 부양할 여력도 사라지고 있다.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 전략을 고집하며 경제상황이 좋아지기를 기다릴 때가 아니다. 당장 내년 최저임금 인상부터라도 합리적으로 조정하면서 경제정책의 기조 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소득주도 성장 정책#김동연#고용 감소#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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