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적인 메시지 낸다고 팔로어 차단 안돼, 트럼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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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법원 “트위터 이용자 막는 건 수정헌법 제1조 위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realDonaldTrump)에서 누구도 ‘차단’해서는 안 된다.”

트위터를 자신의 최전방 정치적 발언대로 적극 활용하고 있는 트럼트 대통령이 자신에게 비판적인 사용자를 차단한 것에 대해 23일 미 법원이 “수정헌법 제1조를 침해한 행위”라는 판결을 내렸다. 수정헌법 제1조는 언론 종교 집회의 자유를 보장한 조항이다.

나오미 라이스 버치월드 뉴욕남부연방법원 판사는 이날 공개한 75쪽 분량의 판결문에서 “대통령을 위시한 정부 관료는 예외 없이 참정권자의 정치적 이견(異見)을 폭넓게 경청해야 한다”며 “트위터는 수많은 사용자와 개방적으로 교류하는 공공 디지털 공간이므로 이곳에서 자신을 비판하는 의견을 내는 대상을 막아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은 트럼프 대통령을 트위터에서 팔로잉하며 비판적 내용의 메시지를 날렸다가 접근을 차단당한 필립 코언 메릴랜드대 교수(사회학) 등 트위터 사용자 7명이 지난해 7월 “법적 권리를 침해당했다”며 제기했다. 작곡가인 홀리 피게로아 씨, 텍사스주 경찰인 브랜던 닐리 씨도 소송에 동참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는 “대통령이 아닌 한 개인으로서 트위터를 사용한 방식에 대해 수정헌법 제1조를 적용할 수 없다”고 반박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을 법적으로 대리하는 법무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사용은 결혼식장 건배사나 정치자금 모금 행사장에서의 연설처럼 개인적 활동 영역에 속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버치월드 판사는 “트럼프 대통령은 개인보다는 공직자로서 자신이 할 일을 시행하는 데에 트위터 계정을 사용하고 있다”며 원고 쪽 손을 들어줬다. 워싱턴포스트(WP)는 “판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트위터의 사용자 차단을 해제하라고 명령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이어질 소송에서 사용자 차단 해제 요구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번 소송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베스트셀러 작가 스티븐 킹과 앤 라이스도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트위터 접근을 차단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측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차단 해제 여부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하지만 판결에 대한 반대 의견도 만만찮다. 노아 펠드먼 하버드대 법대 교수는 WP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라는 공적 공간의 ‘통제권’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을 간과한 매우 잘못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판결로 인해 무분별한 극단적 혐오 발언의 부작용을 막으려는 트위터의 최근 노력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는 지적이다.

트위터는 지난해 극우 성향 사용자의 위협적 트윗 메시지를 제한하는 새로운 정책을 실시했다. 펠드먼 교수는 “지난해 이 정책에 따라 계정을 차단당한 트위터 사용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이번 법원 판결 내용에 근거해 ‘공적 공간에의 자유로운 참여 권리’를 주장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미 법무부 대변인은 “판결 내용에 동의하지 않으며 후속 조치를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비판적인 메시지#팔로어 차단 안돼#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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