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급등… 생산자물가, 3년5개월 만에 최대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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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바구니 물가 상승압박 커져
두바이유, 한달새 8.8% 껑충… 최저임금 여파 음식-숙박료 치솟아
전반적 물가 상승 이어질 가능성
전문가 “늘어난 노동비용 줄여야”


기업들이 상품 및 서비스를 출하할 때 적용하는 가격인 생산자물가가 지난달 3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다.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주는 수입물가가 지난달 7개월 만에 최대치를 나타낸 것과 더불어 생산자물가마저 급등하면서 물가 상승세가 전방위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이 21일 내놓은 생산자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는 104.13으로 3월보다 0.1% 상승했다. 이 같은 물가지수는 2014년 11월(104.13)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생산자물가는 생산자가 공급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표시하는 지표로 생산자물가지수가 오르면 시간을 두고 소비자물가지수까지 동반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도매가격 격인 생산자물가가 오른 것은 중동 지역의 정세 불안으로 국제유가가 크게 오른 데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서비스업 물가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석탄 및 석유제품의 가격이 오르면서 이 제품을 재료로 하는 공산품 가격이 3월보다 0.1% 올랐다. 최저임금의 영향을 직접 받는 음식점 및 숙박업 물가는 3월보다 0.4% 올랐고 그 여파로 서비스업 물가도 0.1% 상승했다. 호텔(4.0%), 구내식당(0.6%), 한식(0.3%) 등의 상승폭이 특히 컸다.

문제는 국제유가 상승과 최저임금 인상 추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의 이란 핵협정(JCPOA) 탈퇴로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험이 커진 데다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량도 급감했다. 중동 정세 불안이 계속되면서 올 3월 배럴당 평균 62.74달러였던 두바이유는 4월 배럴당 평균 68.27달러로 8.8% 올랐다. 18일(현지 시간) 런던선물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렌트유는 배럴당 80달러에 육박한 78.51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국제유가가 들썩이면서 당장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영향을 받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13∼19일 휘발유의 주유소 판매 가격은 L당 1577.2원으로 전주보다 12.9원 올랐다. 경유 가격도 같은 기간 L당 1377.3원으로 14.1원 올랐다. 한은은 “해외여행 시 부담하는 유류할증료도 곧 오를 것으로 전망되며, 약 한 달의 시차를 두고 화학제품 가격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비스업 물가도 올 들어 계속 오름세다. 생산자물가지수 중 음식점 및 숙박은 최저임금 인상분이 반영되기 시작한 지난해 12월부터 매달 0.3∼0.6%의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17일부터는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인상 논의도 시작돼 인상폭 등이 쟁점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한국은 석유를 전량 수입하는 데다 유가 영향을 많이 받는 중화학공업 비중이 높아 물가 상승을 촉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배럴당 71달러 선인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배럴당 80달러까지 오르면 소비자물가지수는 0.61%포인트 상승한다.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1.6%)을 감안하면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치인 2%를 훌쩍 넘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최저임금 상승으로 늘어난 기업의 인건비 부담부터 덜어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국제유가를 조정할 순 없지만 국내 노동비용만큼은 기업과 자영업자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국제유가#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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