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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지원금 더 준다고 채용 안 늘려… 국민 부담만 늘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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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지원금 더 준다고 채용 안 늘려… 국민 부담만 늘어나”

유성열 기자 , 김성규 기자 , 김하경 기자입력 2018-05-18 03:00수정 2018-08-16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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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단축 지원 대책]‘세금으로 땜질처방’ 비판여론 17일 정부가 내놓은 근로시간 단축 지원책은 300인 미만 중소기업에 포커스를 맞췄다. 하지만 정작 중소기업들은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금형 용접 등 주문형 소량 생산으로 납기를 준수하기 위해 연장 근로를 빈번하게 하는 업종이나 추가로 고용하려 해도 취업 기피로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업체들은 지원금 자체가 큰 의미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가구제조업체인 하나데코의 이기덕 대표(한국주택가구협동조합 이사장)는 “현장에서는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수주를 해도 납기를 못 맞추는 형편인데 지원이 늘어난다고 해도 앞서서 근로시간을 줄이려는 업체가 얼마나 될까 싶다”며 “중소기업 기피현상을 완화할 수 있는 대책이나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지원금을 더 준다고 채용을 늘리진 않는다. 이날 나온 지원책은 사상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경제와 노동시장에 대한 정부의 안일한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 국민 부담으로 ‘돌려 막기’


정부가 이날 내놓은 근로시간 단축 대책의 핵심은 기업 인건비와 근로자 임금 지원이다. 기업이 근로자를 신규 채용해 근로시간 단축에 대비하도록 1인당 월 100만 원(300인 미만 사업장)까지 지원하고, 초과근로가 사라진 만큼 줄어들 근로자의 임금도 1인당 월 40만 원까지 보전해 주겠다는 것이다. 이는 지금도 ‘일자리 함께하기 사업’이란 이름으로 시행하는 내용이다. 다만 지원 기간과 지원 금액을 확대했다. 기존 대책을 재탕하면서 마치 새로운 정책처럼 포장한 셈이다.

재원은 더 큰 문제다. 5년간 4700억 원이 들어가는 이번 대책의 예산은 고용보험기금에서 조달한다. 고용보험기금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내는 고용보험료로 조성한 사실상 ‘준조세’다. 고용보험기금 중 일자리사업 부분은 지난해 2조9795억 원을 걷어 3조1700억 원을 지출했다. 1905억 원 적자를 본 것이다. 현 정부 들어 청년고용장려금 등의 지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고용보험기금은 2020년부터 고갈돼 2025년에는 적자 규모가 2조6395억 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현 정부는 실업급여도 대폭 늘리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1.3%인 고용보험료율은 내년부터 1.6%로 인상된다. 결국 ‘땜질식 처방’에 대한 부담이 고스란히 국민 몫으로 돌아오는 셈이다. 앞서 정부는 올해 최저임금을 대폭 올린 뒤 3조 원의 정부 예산으로 영세업체를 지원하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고용보험기금은 ‘고용 창출’이 아니라 ‘고용 안정’을 위한 기금”이라며 “이런 (보조금 성격의) 정책은 재정을 불안하게 할 뿐만 아니라 실제로 고용을 창출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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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나 몰라라’

경영계가 가장 절실하게 요구해 온 ‘탄력적 근로시간제’에 대해 정부가 ‘나 몰라라’ 하는 것도 문제다. 탄력근로제란 일정 기간 내에서 근로시간을 늘리고 줄이면서 평균 근로시간이 주당 52시간에 맞도록 조정하는 제도다. 하지만 현행법상 2주 이내만 운용이 가능하고 2주 이상은 노사 합의가 필수이며 이마저도 3개월 단위로만 가능하다. 이 때문에 일감이 크게 차이 나는 여름에서 겨울까지 계절적 수요에 맞춰 운용하기 어렵다. 게임업체 관계자는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야근이 불가피하고 근무 시간을 늘리지 않으면 경쟁력 하락으로 직결되는데 지원금 몇 푼 받는 게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경영계는 그 기간을 선진국처럼 1년으로 늘려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하반기 실태조사를 실시한 뒤 법 개정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탄력근로제가 장시간 근로를 조장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노동계의 반발을 다분히 의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야는 올해 2월 근로시간 단축안에 합의하면서 탄력근로제는 2022년 12월까지 개선하자고 합의했다. 이를 두고 정부와 국회 모두 현 정부 임기 내에 탄력근로제를 확대할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장치산업과 조선, 건설, 방송 등은 탄력근로제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특수 상황이 있다. 추가 연장근로를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업종 특성상 무제한 근로를 용인해 온 이른바 ‘특례 업종’에 대한 대책은 부실하다 못해 무(無)대책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버스 대란’이 우려되고 있는 노선버스업에 대해 내놓은 대책은 유연근무제 확대와 ‘노사정 집중 교섭’이다. 가장 필요한 버스기사 충원 문제는 △군 운전경력자 활용 △운전자 양성 등의 피상적 대책을 나열하는 수준에 그쳤다.

유성열 ryu@donga.com·김성규·김하경 기자
#기업들 지원금#채용 안 늘려#국민 부담#근로시간 단축지원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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