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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안잠기고 칸막이로 남녀 구분… 여전한 공포의 공용화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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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안잠기고 칸막이로 남녀 구분… 여전한 공포의 공용화장실

배준우 기자 입력 2018-05-17 03:00수정 2018-05-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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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살인’ 2년… 다시 찾아보니
16일 서울 서초구 지하철 2호선 강남역 근처의 한 상가의 남녀 공용 화장실. 윗부분이 뚫린 칸막이만 달랑 있다. 배준우 기자 jjoonn@donga.com
《2016년 5월 17일 서울 강남역 근처 ‘남녀 공용 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이 한 남성의 흉기에 찔려 숨졌다. ‘강남역 살인사건’ 후 여성들은 화장실조차 마음 편히 가지 못하는 현실에 울분을 토했다. 그로부터 2년, 여성들은 안심하고 화장실을 갈 수 있을까. 현장을 확인한 취재진은 고개를 가로저을 수밖에 없었다. 강남역 일대에서조차 ‘공포의 화장실’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16일 오전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10번 출구 근처의 한 상가 건물. 1층 주점 출입구 근처에 밤사이 버려진 담배꽁초와 각종 쓰레기가 널려 있었다. 벽에 붙은 화장실 표지를 따라 2층으로 올라갔다.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잠금장치도 눈에 띄지 않았다. 화장실 내부는 7, 8m² 크기였다. 남녀 화장실이 플라스틱 칸막이를 사이로 나란히 있었다. 칸막이 아래는 막혀 있었지만 위쪽은 20cm가량 뚫려 있었다. 여성 화장실 옆으로 남성용 소변기 1대, 그 오른쪽으로 한 걸음만 이동하면 세면대가 있다. 여성은 물론이고 남성도 마음 편히 이용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기자가 화장실을 나서는 순간 한 여성이 들어서다가 마주쳤다. 여성은 깜짝 놀란 듯 “앗!” 하며 짧은 비명을 내뱉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라며 황급히 되돌아 나갔다. 근처 편의점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 이모 씨(22·여)는 “화장실을 갈 때마다 민망하고 밖에 누군가 서 있으면 불안하다. 특히 밤에 일할 때는 술 취한 사람이 많아 최대한 빨리 드나들 수밖에 없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17일은 ‘강남역 살인사건’이 발생한 지 2년이 되는 날이다. 당시 강남역 10번 출구 근처의 한 건물에 있는 남녀 공용 화장실에서 직장인 A 씨(당시 23세·여)가 피살됐다. 조현병(정신분열증)을 앓던 김모 씨(36)의 범행이었다. 김 씨는 “화장실에 미리 숨어 있다가 들어오는 A 씨를 흉기로 찔렀다”고 자백했다.

사건 후 ‘위험한 화장실’ 문제가 불거졌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마다 남녀 분리형 화장실 확대와 비상벨 설치 등을 앞다퉈 약속했다. 시민공원 등 일부 공중 화장실 사정은 나아졌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민간 건물의 변화는 더디다. 당장 사건이 일어난 강남역 일대에선 비슷한 형태의 남녀 공용 화장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16일 강남역 일대 음식점과 주점이 들어선 상가 20곳을 무작위로 둘러본 결과 열 곳 중 4곳에 남녀 공용 화장실을 운영 중이었다. 대부분 규모가 크지 않은 중·소형 주점과 노래방 건물이었다.

A주점이 있는 건물 남녀 공용 화장실은 천장도 바닥도 모두 뚫려 이어져 있었다. 오래된 나무 칸막이가 남녀를 구분하고 있었다. 언제든 몰래카메라(몰카) 범죄가 일어날 가능성이 보였다. 여성 화장실 왼쪽으로 남성용 소변기 4개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화장실 출입문도 내내 열려 있었다. 잠금장치가 아예 고장 난 것이다. 주점 관계자는 “이 좁은 데를 어떻게 두 공간으로 나누겠느냐. 돈도 많이 들고 쉬운 일이 아니다”며 난색을 표했다.


직장인 장모 씨(30·여)는 “얼마 전 강남역 회식 때 화장실에 갔는데 남자가 들어와 소리를 지른 적도 있었다. 문이 잠기지 않는 곳이었다. 그래서 회식 장소 정할 때 화장실부터 따진다”고 말했다.

지자체가 강제로 민간 건물이나 점포의 화장실 구조를 바꿀 수는 없다. 서초구 관계자는 “업주들이 개·보수 비용을 부담스러워한다. 비상벨 설치에 반대하는 업주들도 있다. 그래서 우선 강남역 일대를 포함해 구 관할 민간 화장실 60곳에 비상벨을 설치한 상태다”라고 말했다.

배준우 기자 jjoonn@donga.com
#강남역 살인사건#공용화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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