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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고픈 흙수저, 삶이 고픈 금수저… 불타는 두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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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고픈 흙수저, 삶이 고픈 금수저… 불타는 두 청춘

김민 기자 입력 2018-05-17 06:00수정 2018-05-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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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이창동 감독의 ‘버닝’
무기력한 한국의 청춘들 묘사… 과감한 음악-노을장면 등 이채
8년만의 복귀작, 칸서 베일 벗어… 파격적 연출 수상여부 주목
17일 개봉하는 이창동 감독의 영화 ‘버닝’은 무기력한 청춘 종수(유아인)를 둘러싼 미스터리를 통해 청년 세대의 억압된 분노를 그렸다. 파인하우스필름 제공
사회의 이면과 불편한 진실을 들춰 온 이창동 감독이 ‘청년’을 소재로 한 영화로 8년 만에 돌아왔다. 그의 신작 ‘버닝’이 16일 오후 6시 반(현지 시간) 프랑스 제71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공식 상영됐다.

14일 언론 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은 영화 ‘버닝’은 유통회사 아르바이트생이자 분노조절 장애로 범법자가 된 아버지 아래 무기력한 청년 종수(유아인)를 전면에 내세운다. 종수가 어린 시절 동네 친구였던 해미(전종서)와 벤(스티븐 연)을 만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서울 강남의 고급 빌라에 살고 포르셰를 끄는 벤은 ‘재미’만을 추구하는 의문의 남자다. 종수는 벤을 보고 “어떻게 젊은 나이에 저렇게 돈이 많을 수 있지?”라거나 “한국엔 정체불명의 부자인 개츠비가 너무 많다”고 은근슬쩍 불만을 표시한다. 그러다 벤이 대마초를 피우다가 ‘두 달에 한 번 정도 비닐하우스 태우는 것이 취미’라 고백하고 때마침 해미가 사라져 종수는 벤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버닝’은 젊은 배우를 캐스팅하고, 음악을 과감히 쓰거나 미장센을 강조한 노을 장면 등 기존의 이창동 영화에서 볼 수 없는 새로움을 추구한 시도가 엿보였다. 원작인 무라카미 하루키의 1982년 단편 소설 ‘헛간을 태우다’에서 주인공은 31세 기혼 남성이었지만 ‘버닝’에선 경기 파주 농가에 사는 희망 없는 청년 종수로 각색됐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여전히 문학적이지만 묘사가 훨씬 화려해졌고 눈높이를 낮춰 젊은 감각을 표방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영화 ‘버닝’에서 종수의 어릴 적 친구 해미 역을 맡은 배우 전종서. 파인하우스필름 제공
그러나 그 중심에 있는 ‘청년’의 묘사가 단편적 클리셰에 그쳐 아쉽다. 영화에서 종수의 도망간 엄마는 갑자기 돌아와 돈을 빌려달라 하고, 초라한 집의 텔레비전에선 “OECD 국가 중 한국의 청년 실업률이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뉴스가 흘러나온다. “야근 특근 가능하냐”는 고용주의 질문에 도망쳐버리고, 화려한 벤을 보며 박탈감을 느끼는 소설가 지망생 종수는 기성세대의 시선에서 그린 ‘불쌍한 청년’의 전형 그 자체다.

이러한 연민의 시선은 ‘그레이트 헝거’ 비유에서 극대화됐다. 해미가 아프리카에서 배운 부시먼 춤 속에서 ‘리틀 헝거’는 음식을 먹지 못해 배가 고픈 사람이지만, ‘그레이트 헝거’는 삶의 이유를 찾지 못해 배가 고픈 사람이다. 먹고살기 힘들었던 과거와 다른 이유로 요즘 청년들은 괴롭다는 연민을 보여주려 한 것일까.

이 감독은 함께 시나리오 작업을 한 오정미 작가와의 대화에서 “지금 사람들은 각각의 이유로 분노하고 있고, 그중 청년의 분노가 문제다. 한국 청년은 희망을 느끼지 못하는데, 미래도 달라질 것 같지 않다. 분노의 대상을 찾을 수 없어 더욱 무력하다. 멀쩡해 보이는 이 세상이 그들에겐 커다란 수수께끼처럼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파격적인 화면 연출과 새로운 시도가 담긴 ‘버닝’이 칸 영화제에서 수상할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흔히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청년의 양상을 그려내면서도 이창동식의 해석을 잃지 않았다”며 “완전히 예상을 깬 작품이 나온 데 대한 좋은 평가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버닝#유아닝#칸 영화제#이창동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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