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총장 ‘수사지휘’를 외압이라는 검사들, 檢 기강 이래도 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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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 행사를 수사 검사들이 공개 비판하는 전례 없는 일이 벌어졌다. 15일 강원랜드 채용 비리 수사에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한 안미현 검사가 기자회견을 열어 문무일 검찰총장의 외압 의혹을 제기하고 3시간 뒤 이 사건 수사단(단장 양부남 광주지검장)은 사건에 연루된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 등에 대한 처리 방침에 문 총장이 제동을 걸었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2009년 검찰청법 개정으로 검사동일체란 말이 사라지긴 했지만 검사는 지휘 감독의 적법성과 정당성에 이견이 있을 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지, 자기 마음대로 하라는 것이 아니다. 안 검사와 수사단이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문 총장을 비판한 데 대해 문 총장 자신은 “이견이 발생하는 것과 이견을 조화롭게 해결해 나가는 것은 민주주의의 한 과정”이라고 완곡히 반응했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기강이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수사단은 “문 총장이 애초 ‘독립적 수사’를 보장하겠다던 공언과 달리 수사지휘를 했다”고 비판했다. 문 총장의 약속에 관한 다툼은 검찰 내부에서 자기들끼리 할 일이지, 외부에 대고 치고받고 할 일이 아니다. 검찰청법은 검사는 검찰사무에 관하여 소속 상급자의 지휘 감독을 받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총장이 법에 따른 수사지휘를 했는데도 검사들이 ‘외압’인 양 비판하고 나선 건 안과 밖도 구별하지 못하는 태도다.

문 총장은 수사단이 권 의원 및 외압 의혹이 있는 검찰 고위 간부들을 기소하려고 하자 대검 ‘전문 자문단’의 심의를 받으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결국 권 의원에 대한 영장은 수사단이 자체적으로 결정해 청구하기로 하고 검찰 간부 기소는 자문단 심의를 거쳐 하도록 했다. 이견 조정 결과 수사단의 뜻이 다는 아니지만 상당히 관철됐다. 만약 일선에서 자기 뜻이 100% 관철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라면 납득하기 어렵다.

안 검사와 수사단이 18일 대검 ‘전문 자문단’ 심의를 앞두고 폭로를 통해 압력을 넣으려 했다면 정치권이나 일부 시민단체에서 하는 행태와 무엇이 다른가. 수사 과정의 이견이 외부에 노출된 것이 총장과 수사단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서라면 총장에게도 책임이 없지 않다. 검찰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검찰 수뇌부와 일선 검사 모두의 깊은 자성이 필요하다.
#검찰총장#수사지휘권#검찰청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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