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후 농사만 지으면 끝? 판로 개척하려면 직접 발로 뛰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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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동아일보 청년 창농캠프

12일 전북 고창군의 ‘애플수박’ 하우스 안에서 강상훈 씨(26·오른쪽)가 청년 농부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설명을 듣고 있는 37명은 ‘동아일보 청년 창농캠프’에 참가한 청년들이다. 이들은 1박 2일 일정으로 상하농원, 딸기 하우스 경작지, 청보리밭 등 고창군의 대표 농업 현장을 둘러보며 귀농에 관한 정보를 얻었다. 고창=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12일 전북 고창군의 ‘애플수박’ 하우스 안에서 강상훈 씨(26·오른쪽)가 청년 농부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설명을 듣고 있는 37명은 ‘동아일보 청년 창농캠프’에 참가한 청년들이다. 이들은 1박 2일 일정으로 상하농원, 딸기 하우스 경작지, 청보리밭 등 고창군의 대표 농업 현장을 둘러보며 귀농에 관한 정보를 얻었다. 고창=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농사는 출퇴근이라는 게 없는 치열한 작업이거든요. 과일 파느라 1년 내내 고속도로 휴게소 차안에서 쪽잠을 잤어요.”

청년의 꿈은 농업이 아니었다. 농민인 아버지 뜻에 따라 농고와 농대에 진학했지만 농사는 어려워 보였다. 그러다가 우연히 일본에서 ‘애플수박’을 맛보고 꿈이 생겼다. ‘맛있고, 간편한 애플수박은 분명 대박이 날 거야.’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종자를 사다 심고, 271km 떨어진 서울을 수시로 오가며 직접 영업을 뛰었다.

이제는 어엿한 작목반장이자 농가 경영인이 된 청년 농부 강상훈 씨(26·전북 고창군)의 이야기다. 강 씨는 젊은이답게 소셜커머스 유통 담당자들을 직접 만나 판매 통로를 개척하고 있다. 매일같이 사업계획서를 쓰고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준비한다. 그는 “단순히 농사만 짓는 게 아니라, 농산물을 이용해 영업과 마케팅 등 다방면의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창농의 매력”이라고 귀띔했다.

그의 사례는 ‘창농’을 준비하는 청년 농부 지망생들이 맞게 될 미래다. 농촌을 창업의 무대로 꿈꾸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단순히 농산물 생산(1차산업)에 그치지 않고 가공(2차산업)하거나 체험 관광 상품(3차산업)으로 확장하는 일명 ‘6차산업’으로 부가가치가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와 채널A는 청년 농부를 희망하는 이들에게 귀농 창농 노하우를 전하기 위해 ‘청년 창농캠프’를 마련했다. 이번이 3회째다. 12, 13일 양일간 열린 행사에는 전국 각지의 2030청년 37명이 몰려들었다.

12일 오전 비가 내렸지만 대부분 참가자의 표정은 밝았다. 채상헌 연암대 스마트원예계열 교수는 “여러분, 영화 ‘리틀 포레스트’ 보고 참석하셨나요?”라며 행사의 포문을 열었다. 올 초 개봉한 이 영화는 도시에 지친 젊은이들이 귀농해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채 교수는 “귀농은 사회적 이민”이라며 “전혀 다른 사회에서 사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인 만큼 자신에게 농촌이 어떤 의미인지 확실한 철학을 가지고 떠나라”라고 조언했다.

약 4시간을 달려 도착한 첫 방문지는 6차산업의 대표 주자인 ‘상하농원’이었다. 매일유업이 전북 고창군 상하면에서 이름을 따 만든 상하농원은 29만8000㎡(약 9만 평)에 이르는 대지에 설립된 농촌형 테마공원이다. 참가자들은 치즈 공장과 주변 농가 돼지고기를 활용한 소시지 만들기를 체험했다. 상하농원에 딸기, 블루베리, 애플수박 등을 공급하는 농가 두 곳도 방문했다.

이튿날엔 학원농장이 운영하는 고창 청보리밭 축제를 탐방했다. 이하영 씨(20)는 “앞으로 딸기농장을 만드는 게 꿈”이라며 “부가가치가 높은 관광 농장으로 발전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전북 고창군 상하농원을 방문한 청년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고창=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전북 고창군 상하농원을 방문한 청년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고창=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청년 농부 7명이 멘토로 나선 세미나에선 참가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작물 선택’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청년 농부 최세진 씨(27)는 “우선 살고 싶은 지역을 택하고, 그곳의 특산물을 작물로 택하라”고 조언했다. 보통 특산물은 그 지역 환경에 가장 적합한 품목일 확률이 높고, 이미 구축된 유통 방식이 있어 판매도 수월하다는 것이다.

한 참가자는 “부모님이 일구는 땅이 없어도 농업으로 성공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나영복 씨(34)는 “땅에 작물을 심는 게 아니더라도 가공품을 만들어 파는 식으로 농업에 뛰어들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농사짓는 부모님과 별개로 구운 계란을 만들어 오픈 마켓에 내다파는 방식으로 사업체를 일궜다.

7명의 멘토가 입을 모아 강조한 것은 지역 커뮤니티와의 융화다. 농사 기술을 습득하는 것보다 생활 기반인 지역에 정착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얘기다. 지역 주민과 친해지면 농사기술은 자연스럽게 전수된다.

고창에 귀농한 딸기 농부 김봉주 씨(36)는 “농촌의 생활 방식, 농촌 사람들이 말하는 방식에 익숙해지지 않으면 갈등만 커지고 정착하기 어렵다”며 “귀농보다 귀촌이 먼저”라고 말했다. 지난해에 이어 3번째 창농캠프에 참가한 정다운 씨(33)는 “내년 초 본격적으로 전북 완주군에서 하우스 농사를 시작할 예정인데, 창농캠프를 통해 많은 정보를 얻었다”며 “선배 농부들의 생생한 경험담을 통해 농사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고창=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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