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5월 ‘마블 공포증’… 맞대결 피하는 한국영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어벤져스3’ 폭발적 기록 왜
스크린 싹쓸이로 1000만 관객
“섣불리 맞섰다가 조용히 묻힐라”… 국내 제작사들 개봉 늦춰

개봉 19일째인 13일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어벤져스3: 인피니티 워’. 봄 시즌은 물론 명절 연휴까지 마블 영화가 점령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개봉 19일째인 13일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어벤져스3: 인피니티 워’. 봄 시즌은 물론 명절 연휴까지 마블 영화가 점령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역대 최다 예매량, 역대 최고 예매율, 역대 최다 오프닝 관객, 그리고 역대 최단기간 1000만 돌파 외화(개봉 19일째) 타이틀까지…. ‘어벤져스3’가 13일 누적 관객 1000만 명을 돌파하며 폭발적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어린이날의 대체공휴일로 생겨난 5월 첫 주 황금연휴 개봉까지 포기한 한국 영화계는 ‘마블 공포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블 영화의 인기 요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꼽히지만 이번 ‘어벤져스3’의 빠른 1000만 관객 돌파에는 ‘스크린 싹쓸이’가 큰 몫을 했다. 개봉 당일부터 전국 2461개 스크린을 차지한 ‘어벤져스3’는 스크린 점유율 46.2%, 상영 점유율이 72.8%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군함도’의 최다 스크린 확보 기록(2027개)을 껑충 뛰어넘은 수준이다.

도동준 영화진흥위원회 정책연구팀장은 “‘어벤져스’는 대기업이 투자 배급한 영화가 아닌 할리우드 영화라는 점에서 기존 독과점과 달리, 상영관의 블록버스터 전략이 극단화된 현상”이라며 “한국에서 유독 심한 상영관 쏠림을 법적으로 제한하거나 전체 영화산업 매출 중 극장 매출 비중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스크린 싹쓸이에 대비해 주요 작품은 아예 개봉을 피했다. 어린이날 연휴에 ‘어벤져스3’를 제외하고 멀티플렉스에서 볼 수 있는 영화는 인도 영화 ‘당갈’, 마동석 주연의 ‘챔피언’뿐이었다. 유해진 주연의 ‘레슬러’는 가족 영화인데도 연휴가 지난 9일에야 개봉했다. 한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4, 5월이 ‘마블 시즌’처럼 됐고, 마블 영화와 경쟁에 나섰다 조용히 묻힌 사례가 있기 때문에 누구도 섣불리 나서지 않게 된 듯하다”고 말했다. 4, 5월뿐 아니라 올 설 연휴에는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 ‘골든슬럼버’ ‘흥부’가 ‘블랙팬서’에 관객 수 1위 자리를 내주기까지 했다.

하지만 스크린 싹쓸이만 탓할 수는 없다. CGV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어벤져스3’의 관객층은 20, 30대가 상대적으로 많았고 재관람률이 6.6%에 달했다. 구매력 있는 40, 50대 관객을 겨냥하거나, 과거의 흥행 공식을 답습하던 한국 영화계에서 볼거리를 잃은 젊은 관객이 ‘어벤져스3’로 쏠렸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어벤져스3’에 대한 오역 논란에서 볼 수 있듯이 20, 30대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담론을 만들 수 있는 적극적 소비자”라며 “멀티플렉스가 20년간 쌓아 온 흥행 공식에 따라 안정적인 가족 영화, 코미디, 누아르 위주로만 영화를 만들고 도전을 하지 않는다면 절대 2030세대의 수요를 창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마블 영화#어벤져스3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