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냉면 인기에 무값이 뛰었다고?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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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무 가격이 평년의 2배 넘게 치솟아 정부가 수급안정대책을 내놓으면서 무값 상승의 원인을 두고 논란이 불거졌다. 정부가 보도자료에서 무값 급등의 원인 중 하나로 평양냉면 매출 증가를 들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한파 피해로 겨울무 저장량이 평년보다 55% 감소해 공급량이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최근 평양냉면이 인기를 끌면서 육수·고명용 소비 등 일시적 수요도 늘어났다”고 언급했다.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평양냉면이 소비자들의 주목을 끌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주부 김선영 씨(45)는 “냉면 면발을 무로 만드는 것도 아닌데 냉면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 무값이 올랐다는 게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 평양냉면 때문에 무값이 급등?

5월 초 무 가격은 평년의 2배가 넘는 수준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달 2일 중품 무 18kg의 도매가격은 2만2000원으로 평년(9780원)보다 124% 올랐다. 지난해 같은 기간(1만1772원)과 비교해도 87% 급등한 것이다.

직접 무를 사고파는 현장의 목소리는 엇갈린다. 서울 가락도매시장에서 무와 배추 등을 취급하는 대형 도매법인인 대아청과 관계자는 “일반 가정에서는 잘 안 쓰고 냉면집 등 식당에서 많이 쓰는 굵은 무 수요가 최근 늘어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신한카드가 남북 정상회담 직후인 지난달 27∼29일 평양냉면을 파는 가맹점 1500여 곳에서 자사 신용·체크카드 이용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 기간 동안 평양냉면 집의 매출은 직전 4주간 금·토·일 평균보다 80% 급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6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실제 냉면집에서는 매출이 지난해와 별다른 변동이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14일 서울 중구 충무로의 한 유명 평양냉면 전문점은 “남북 정상회담 직후 며칠은 매출이 약간 올랐지만 이후 다시 평년 수준으로 돌아왔다”면서 “무 소비량도 지난해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충무로의 또 다른 평양냉면 전문점도 비슷한 대답을 내놨다.

○ 무 출하량 가장 적은 때와 정상회담 맞물려

평양냉면 매출은 평년 수준으로 돌아왔지만 무 가격은 여전히 높게 유지되고 있다. 무 가격 상승이 평양냉면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무 출하량이 최저로 떨어진 시기와 남북 정상회담이 맞물린 탓에 4월 하순부터 무 가격이 급등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엽근채소관측팀장은 “무 수요가 늘어난 측면도 있지만 그 영향은 크지 않다”면서 “결국 무 생산량이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4월 시장에 출하되는 무는 겨울에 제주도에서 자라 봄에 출하된다. 산지에서 직접 출하되고 이후에는 저장무가 나오는데 생산량이 워낙 적은 탓에 저장량도 적었다는 것이다. 14일 서울시농수산물공사에 따르면 서울가락시장에 반입된 무의 양은 가장 최근 집계일인 4월 27일 기준으로 399t에 불과했다. 지난해(505t)보다 21%, 평년(515t)보다는 23% 적은 양이다. 그나마도 4월 하순으로 오면서 반입량은 계속 감소세다.

급등한 무 가격은 정부가 비축물량을 방출하기 시작한 지난주 후반부터 하락하고 있다. 시장은 전남 나주시와 영암군 등의 비닐하우스에서 재배되는 봄무가 출하되면 5월 하순부터 평년 가격을 되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평양냉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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