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 美대사관’ 충돌, 피의 월요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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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美대사관 이전 반대 시위
이스라엘軍 가자지구서 발포… 최소 43명 사망-1600명 부상
이스라엘 전투기 하마스 기지 공습도

주이스라엘 미국대사관이 14일 오후 4시(현지 시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면서 이에 반대하는 팔레스타인 시위가 대규모 유혈 사태로 번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시위대에 실탄을 발포하면서 이날 오후 5시 현재 최소 43명의 팔레스타인 시위대가 숨지고 160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는 2014년 7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집중 폭격한 이후 1일 사망자 수치로는 최대치다. 사망자 가운데는 미성년자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분노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목숨을 내걸고 시위에 합세하면서 1987년과 2000년에 이어 ‘제3차 인티파다(이스라엘에 반대하는 팔레스타인 민중봉기)’로 이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스라엘은 대규모 유혈사태 후에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기지를 전투기로 공습하며 강경 진압 의지를 천명했다.

‘예루살렘의 날’ 51주년이던 전날까지만 해도 기자가 둘러본 예루살렘 시청 광장은 유대교 전통 모자 키파를 쓰고 있는 유대인 남성들로 가득 차 있었다. 예루살렘의 날은 이스라엘이 1967년 아랍 국가들과의 ‘6일 전쟁’(3차 중동전쟁)에서 승리한 뒤 동(東)예루살렘을 강제 병합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예루살렘 거리를 행진한 수만 명의 유대인은 팔레스타인 상가 앞에서 “아랍인들은 예루살렘에서 떠나라” “아랍인들에게 죽음을” 등의 구호를 외쳤다.

반면 가자지구를 비롯해 라말라 등 요르단강 서안 주요 도시의 팔레스타인인들은 예루살렘 검문소를 향해 반(反)이스라엘 행진을 시작했다. 이스라엘군은 수천 명의 팔레스타인 시위대가 가자지구 북쪽 분리장벽을 돌파하기 위해 타이어를 태워 연기를 일으키며 접근하자 발포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과 인접한 가자지구 북부에서는 3월 30일부터 매주 금요일 ‘위대한 귀환 행진’ 시위가 이어졌다. 14일 이전까지 이스라엘군의 발포로 팔레스타인 시위대 42명이 숨졌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한 14일 아침에도 “이스라엘엔 커다란 날이다. 축하한다”란 트윗을 남겼다.

예루살렘=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 주성하 기자

#팔레스타인#예루살렘#유혈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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