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에디슨은 왜 남들이 잠잘 시간에 밥을 먹었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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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잠을 찾아서/마이클 맥거 지음·임현경 옮김/304쪽·1만5000원·현암사

잠에 관한 퀴즈 하나. 꼿꼿이 서서 자는 생물은? 대부분 머릿속에 맴도는 정답은 ‘나무’일 것이다. “나무야, 나무야∼” 하는 동요를 떠올린 사람도 있을 터다. 그러나 저자가 내놓은 정답은 ‘말’이다. 말의 다리에는 관절이 구부러지는 것을 막는 고정 장치가 있어 서서 잠을 잘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1분에 한 번꼴로 잠에서 깨는 심각한 수면 장애를 앓았다. 수면 부족으로 예수회 신부 시절 설교를 하다 선 채로 잠든 적도 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가질 수 없어서 더 달콤하게 여겨지는 잠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책의 부제가 ‘세상의 모든 달콤하고 괴로운 잠 이야기’인 것도 그 때문이다.

유명한 수면제 중 하나인 졸피뎀에는 ‘사건수면’이라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있다. 흔히 말하는 몽유병과 유사한 증상인데, 심한 경우 자는 동안 자살을 한 사례가 보고되었을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각국에서 졸피뎀을 파는 제약회사들은 여전히 떼돈을 번다. 그만큼 잠이 간절한 사람이 많다는 뜻이리라.

잠자는 시간을 못 견디게 아까워한 사람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1847∼1931)이다. 그는 가정도 팽개치고 밤새 실험실에 틀어박히기 일쑤였다. 점심 식사 시간은 자정(정오가 아니다)이었다고 한다. 그의 대표 발명품이 우리의 밤을 대낮처럼 환하게 밝힌 백열전구라는 점이 자못 의미심장하다.

주의사항. 이 책을 잠자리에서 읽는 건 권하지 않는다. 저자의 냉소적인 유머에 연신 쿡쿡거리다가 어느덧 마지막 페이지를 넘겨버린 자신을 발견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당신은 말이 아니니 출근길 지하철에서 서서 자기도 어렵다는 사실을 명심하길. 초저녁 아니면 주말에 읽기를 추천한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잃어버린 잠을 찾아서#마이클 맥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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