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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주의’ 기치 아래 無에서 有 일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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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주의’ 기치 아래 無에서 有 일구다

송진흡 기자 입력 2018-05-12 03:00수정 2018-05-12 0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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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를 이끄는 사람들]CJ그룹
이재현 회장
CJ그룹에서 ‘CJ’는 제일제당(Cheil Jedang)의 약자다. 모기업인 제일제당(현 CJ제일제당)을 중심으로 그룹이 출범했음을 보여주는 작명이다.

제일제당은 CJ그룹만 만든 게 아니다. 삼성그룹도 사실상 제일제당이 성장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그룹의 모기업으로 삼성물산이 거론되지만 본격적인 그룹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삼성그룹 최초의 제조업체였던 제일제당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제일제당에서 번 돈이 삼성전자 삼성생명 등 쟁쟁한 삼성그룹 계열사를 키우는 밑거름이 됐기 때문이다. CJ그룹 임직원들이 한국 경제 발전사를 거론할 때 남다른 자부심을 갖는 이유다.

CJ그룹은 모기업 명칭에 나와 있는 ‘제일’을 중시한다. 다른 기업이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로 1등을 해야 한다는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제일주의’ 철학이 남긴 유산이다. 이 창업주의 장손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경영 목표로 ‘그레이트(Great) CJ’ ‘월드 베스트(World Best) CJ’를 제시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 회장의 아버지는 이 창업주의 장남인 고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이다.

이 회장이 평소 임직원들에게 “글로벌 시장에서 1등을 하기 위해서는 경쟁사보다 두세 단계 이상의 압도적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초격차 역량을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제2의 창업주’


서울 중구 동호로 CJ제일제당 센터 1층에 가면 이 창업주의 경영 업적을 보여주는 홀로그램 흉상이 있다. 어릴 때부터 같이 살았던 할아버지에 대한 이 회장의 존경심과 애틋함이 엿보인다. 이 회장이 직원들을 만나면 할아버지가 중시했던 ‘인재제일’과 ‘사업보국’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회장을 평가할 때 할아버지로부터 기업을 물려받은 ‘금수저’로만 보기 어렵다는 게 재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CJ그룹 내부는 물론이고 일부 전문가는 이 회장을 ‘제2의 창업주’로 본다. 설탕과 밀가루 제조업체에 불과했던 제일제당을 창조적 사업 다각화를 통해 글로벌 생활문화그룹으로 일궈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이 쓴 CJ그룹의 성장사는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했다’로 요약할 수 있다. CJ그룹이 삼성그룹에서 계열 분리했을 당시 계열사는 식품기업인 제일제당만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식품(CJ제일제당, CJ푸드빌, CJ프레시웨이) △바이오(CJ제일제당 바이오부문) △신유통(CJ대한통운, CJ오쇼핑, CJ올리브네트웍스) △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CJ E&M, CJ CGV, CJ헬로) 등 4대 사업군을 갖춘 거대 그룹으로 성장했다. 계열 분리가 마무리된 1995년 1조7300억 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지난해 35조 원으로 급증했다.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의 역할은 절대적이었다. 문화산업의 가능성을 예견하고 1995년 미국 신생 영화제작사 드림웍스에 3억 달러를 투자한 것이 대표적이다. 1998년 외환위기로 삼성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거의 대부분 영화사업 투자를 철회할 때 오히려 ‘문화가 미래’라는 신념으로 뚝심 있게 투자했다. 그 덕분에 한류 콘텐츠는 20년이 지난 현재 세계 무대에서 각광받는 아이템이 됐다.

굵직굵직한 인수합병(M&A)도 대부분 이 회장이 주도한다. 2011년 대한통운을 인수할 때 평소 신중한 성격과 달리 과감하게 베팅한 게 성공으로 이어졌다. 투병 등으로 4년간의 경영 공백을 거쳐 복귀한 지난해 5월 이후에도 브라질, 러시아, 베트남, 인도, 아랍에미리트(UAE) 등에서 크고 작은 기업들의 인수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 대외적으로 영향력 있는 오너 경영인

손경식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1995년 제일제당 회장에 취임한 이후 20년 넘게 이 회장과 함께 그룹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이 회장의 외삼촌인 손 회장은 CJ가 삼성그룹에서 계열 분리하는 등 중요한 현안이 있을 때마다 구원투수 역할을 해왔다. 경기고 2학년 때 서울대 법대에 진학한 수재로 삼성화재 대표,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을 지냈다. 그는 CJ그룹 안에서 소통을 강조하며 부드럽고 온화한 리더십을 갖춘 리더로 불린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장으로 취임하는 등 재계를 대표하는 원로다.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은 이 회장의 누나다. CJ그룹이 글로벌 문화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산파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 인연으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한국인으로 꼽힌다.

이미경 부회장
2006년 아시아인 가운데 최초로 ‘세계여성상(Women’s World Awards)’ 경영부문 수상자가 됐다. 지난해에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주관하는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 신규 회원으로 위촉되기도 했다. 이달 초에는 개발도상국 여성 기업인들을 지원하기 위한 세계은행 ‘여성기업가기금(We-Fi·Women Entrepreneurs Finance Initiative) 리더십 그룹 챔피언’으로 선정됐다. We-Fi는 개도국 여성 기업가들에게 금융,기술, 네트워크 등을 지원해 이들이 이끄는 기업의 성장을 돕는 국제기금이다.



▼진화와 혁신 외치며 ‘세계 제일’ 생활문화기업 향해 뛰다▼

CJ 계열사 지휘하는 최고경영진


CJ그룹에는 글로벌 1위를 목표로 삼는 최고경영자(CEO)가 많다. 이재현 회장이 2030년까지 3개 이상 사업 분야에서 세계 1등이 되겠다고 선언하면서 나타난 결과다. 이들은 대부분 해당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 경영인으로 임직원들에게 끊임없이 ‘진화’와 ‘혁신’을 강조한다.



○ CJ그룹을 이끄는 ‘삼각 편대장’

그룹 지주회사인 CJ㈜ 수장인 김홍기 대표는 지난해 11월 총괄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그룹의 사업 구상과 전략 업무를 총괄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김 대표는 삼성전자 출신으로 2000년 CJ그룹에 합류했다. 2005년부터 2014년까지 10년 가까이 비서팀장으로 이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박근태 CJ대한통운 대표는 국내 재계에서 ‘중국통’으로 손꼽힌다. 30년 넘게 중국에서 활동하면서 쌓은 현지 네트워크가 좋아 ‘박 대표를 통하면 중국에서 안 되는 일이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CJ 중국본사 대표도 겸직하고 있다. 2015년 CJ대한통운 대표로 취임해 중국 최대 냉동냉장 기업이자 종합물류기업인 로킨을 인수했다. 최근에는 말레이시아 센추리 로지스틱스, 베트남 최대 종합물류기업 제마뎁, 인도 최대 수송기업인 다슬 등의 인수합병도 주도했다.

CJ그룹 모기업 CJ제일제당 대표인 신현재 사장은 경리, 자금, 관리 분야에서 탄탄한 실무 경험을 쌓은 재무통이자 경영전략가. CJ오쇼핑 전략기획실장, CJ㈜ 사업총괄, CJ대한통운 대표 등을 지냈다. CJ㈜ 경영총괄 시절 그룹의 경영 철학을 해석하고 사업으로 풀어나가는 능력을 인정받았다.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부문 대표도 겸직하고 있다.

○ 글로벌 생활문화기업의 첨병들

변동식 CJ헬로 대표는 기술, 전략, 마케팅 경험을 두루 갖춘 융·복합형 방송통신 전문가. 하나로텔레콤 사업개발실장을 지낸 외부 영입 인재다. 학부에서는 전자공학, 대학원에서는 경영학, 박사 과정은 방송통신정책을 각각 전공했다. 2010년 CJ헬로비전(현 CJ헬로) 대표를 지내고 CJ오쇼핑 대표, CJ주식회사 경영지원총괄을 거쳐 2016년 CJ헬로 대표로 컴백했다. 대표 집무실을 회의실로 공유하게 하는 등 탈권위적인 리더십으로 그룹 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CJ E&M을 이끌고 있는 김성수 대표는 20여 년간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산업에 몸담아 온 관련 업계의 1세대 경영인이다. 제일기획 출신으로 2003년부터 8년간 온미디어 대표를 지냈다. 어린이 채널 ‘투니버스’, 게임 채널 ‘온게임넷’(현 OGN), 여성 라이프스타일 채널 ‘온스타일’ 등이 모두 김 대표의 손을 거쳐 개국했다. CJ그룹이 2011년 온미디어를 인수한 후 CJ E&M 방송사업부문 대표를 지냈다.

허민회 CJ오쇼핑 대표는 CJ그룹 핵심 회사의 경영을 두루 맡아온 전문 경영인이다. CJ그룹 사업총괄 부사장과 CJ푸드빌 대표, CJ올리브네트웍스 대표를 지냈다. 그룹 내부에서 재무 전문가로 통하는 허 대표는 실행력과 추진력을 겸비한 경영자로 인정받고 있다. 2016년 CJ오쇼핑 대표 부임 후 해외 사업을 재편하고 상품 및 브랜드 사업을 확대해 새로운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

강신호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문 대표는 CJ그룹이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한국 식문화(K푸드) 세계화’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2013년 식자재 계열사인 CJ프레시웨이 대표를 지내며 식품 분야 전문가로 내공을 키웠다. 1988년 제일제당 기획관리부에 입사해 CJ주식회사 인사팀장과 사업1팀장을 거쳐 재무, 관리, 인사 분야에서도 다양한 실무 경험을 쌓았다.

서정 CJ CGV 대표는 삼성물산 출신으로 CJ오쇼핑에서 CJ몰 사업부장, 마케팅실장, 글로벌 전략 담당을 지냈다. 2012년 CJ CGV 대표로 부임한 후 4DX 등 신기술을 기반으로 해외 진출 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4DX는 관람객이 영화 장면에 맞춰 움직이는 의자에 앉아 20여 가지 특수효과를 통해 바람, 안개, 비, 향기 등을 느끼며 영화를 감상할 수 있도록 제작된 오감 체험형 상영관이다. 서 대표의 공격적인 영업으로 CJ CGV는 2014년 매출 1조 원을 달성했다. 지난해에는 사상 처음 해외 관객 수가 국내 관객 수를 넘어섰다.

허민호 CJ올리브네트웍스 올리브영 부문 대표는 신세계백화점 출신으로 신세계인터내셔날 해외브랜드 기획팀장, 동화면세점 사업본부장을 지낸 유통 전문가. 그는 평소 ‘레스 머니, 모어 뷰티풀(Less Money, More Beautiful)’로 대표되는 ‘가성비 가치’를 강조하며 중소 화장품 기업 제품 발굴에 주목한다. 그 결과 국내 화장품업계에서 ‘K뷰티’를 주도하는 중소 브랜드들의 비약적인 성장 배경에는 중소기업 등용문으로 자리매김한 올리브영이 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올리브영은 2016년 매출 1조 원 클럽에 가입하며 국내에서 대표적인 헬스앤드뷰티스토어(H&B)로 자리매김했다.

문종석 CJ프레시웨이 대표도 외부 영입 전문경영인이다. 동원F&B 마케팅 실장, 동원홈푸드 대표를 지냈다. 국내 식자재 유통업계에서 ‘마당발’로 불리는 현장형 CEO다. CJ프레시웨이에서는 단체급식 본부장과 유통사업 총괄을 지냈다. 대표로 부임한 뒤에는 본사 중심 영업조직과 의사 결정권을 지방 단위로 분산시켜 업무 효율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cj그룹#제일 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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