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언론 “샹그릴라 호텔이 회담장소 1순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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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연 특파원 현지 르포]

정동연 특파원
정동연 특파원
한 달 뒤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세기적 이벤트가 열리는 싱가포르의 시민들은 차분함을 유지하면서도 정상회담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싱가포르 언론은 10일(현지 시간)까지만 해도 북-미 정상회담에 큰 관심을 나타내지 않았다. 싱가포르와 경제적으로 밀접한 이웃 국가 말레이시아에서 전날 마하티르 모하맛 전 총리(93)가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며 15년 만에 총리 직에 복귀해 연일 화제가 됐기 때문이다. 그러다 10일 늦은 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개최 장소를 싱가포르로 확정짓자 이곳 언론들도 관련 소식을 비중 있게 보도하기 시작했다. 싱가포르 최대 일간지 스트레이츠타임스는 11일자 조간 1면에 정상회담 개최지 선정 소식을 다뤘고, ‘투데이온라인’을 비롯한 현지 매체들이 관련 기사를 톱기사로 올렸다. 현지 교민 고이경 씨는 “싱가포르 사람들이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정상회담 결과가 어떨지 우리에게 묻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언론들은 정상회담 개최에 들뜨지 않고 발표 소식 중심으로 절제된 내용을 내놓고 있다. 싱가포르 언론은 정부의 통제를 받기 때문에 추측 보도나 지나친 기대를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리셴룽(李顯龍) 총리는 10일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개최지 발표 트윗에 댓글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지도자 김정은의 만남은 평화의 길을 향한 중요한 발걸음이다. 성공적인 결과를 내기를 기원한다”고 적었다. 11일 오후 싱가포르 번화가 노스 브리지로드 1번지에 있는 주싱가포르 북한대사관은 북한의 반응을 취재하려는 기자들로 북적였다.

작은 섬나라 싱가포르 내에선 역사적 이벤트가 어디에서 열릴지가 큰 관심사다. 스트레이츠타임스는 11일 익명의 회담 컨설턴트를 인용해 “샹그릴라호텔이 가장 유력한 후보지이고 마리나베이샌즈호텔, 센토사섬 등도 회담 장소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떠오른 샹그릴라호텔 예약 부서 관계자는 본보 기자에게 “아직 우리는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전달받은 정보가 없다. 12일(정상회담 예정일) 전후 예약은 정상적으로 받고 있다”고 말했다. 샹그릴라호텔은 도심에 있지만 호텔로 접근하는 길이 적어 ‘장소 보안’을 위한 통제가 비교적 쉬운 편이다.

마리나베이샌즈호텔은 쌍용건설이 국내 건설사의 단일 해외 건축으로는 최대 금액인 9195억 원에 공사를 따낸 곳으로 2010년 문을 열었다. 옥상은 거대한 배 모양이다. 샌즈그룹의 셸던 애덜슨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후원자여서 이 호텔이 회담장으로 낙점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현지 보안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호텔이 번잡한 시내와 너무 가깝고 교통이 좋지 않아 세계적인 메가 이벤트인 북-미 정상회담을 열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말레이어로 ‘평화’를 뜻하는 센토사섬은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싱가포르 남단에 있다. 싱가포르의 한인 교민들은 현지인들과 달리 한껏 들뜬 분위기다. 노종현 싱가포르한인회 회장은 “세계 곳곳의 한인회 회장님들이 축하 전화를 주고 있다. 이 기쁨을 현장에서 함께하겠다고 호텔 예약을 부탁하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정동연 특파원 call@donga.com
#싱가포르#북미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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