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제천화재 희생자 일부 구할수 있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수사본부, 당시 상황 시뮬레이션
“구조 요청했던 2층 여성 사우나실, 비상계단 진입땐 4분 43초 걸려
지휘 신속했다면 몇명은 생존”, 소방서장 등 2명 기소의견 檢송치

29명이 숨진 지난해 12월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당시 소방 지휘부의 지휘가 신속히 이뤄졌다면 희생자 가운데 일부는 구조할 수 있었다는 경찰의 판단이 나왔다.

충북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10일 이 같은 판단 결과를 공개하며 이상민 전 제천소방서장과 김종희 전 지휘조사팀장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화재 진압과 인명구조 지휘를 소홀히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다. 불이 난 스포츠센터 2층 여성 사우나실에 구조 요청을 한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제대로 구조 지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수사본부의 판단은 당시 구조 상황 시뮬레이션 결과를 토대로 했다.

시뮬레이션은 희생자 29명 가운데 20명이 숨진 2층 여성 사우나실로 구조대가 가장 먼저 진입했다는 가정 아래 진행됐다. 이곳에 있던 사람들이 의식을 잃었다고 전제한 뒤 건물 비상계단과 2층 냉탕 쪽 유리창을 깨고 진입해 구조할 때 걸리는 시간을 측정했다.

비상계단으로 올라가 2층 비상구로 진입해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에게 산소마스크를 씌우고 건물 밖으로 나오는 데 4분 43초가 걸리는 것으로 나왔다. 유리창을 깨고 역시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을 구조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8분 53초로 추정됐다.

화재 당일 김 전 팀장이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화재 발생 12분 뒤인 오후 4시다. 소방합동조사단과 경찰 조사 결과 2층에서 숨진 사람과 가족이 마지막으로 통화한 시간은 오후 4시 17분 44초였다. 현장 도착 후 11분 44초가 지났을 때까지 2층에 사람이 살아있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경찰은 구조대가 지체 없이 비상계단이든 2층 유리창이든 어느 한쪽을 선택해 진입했다면 희생자 중 적어도 몇 명은 더 구조했을 것으로 봤다.

경찰 관계자는 “화재 현장에서 의식을 잃어도 3분 정도는 생존할 수 있다는 학계 의견에 따른다면 오후 4시 20분까지는 구조가 가능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화재 당일 구조대가 2층 유리창을 깨고 진입한 시간은 오후 4시 35분이 지나서였다.

제천=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경찰#제천화재#희생자 일부#구할수 있었다#수사본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