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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종 교수 “훌륭한 스승, 뛰어난 선후배, 놀라운 제자 만난 나는 행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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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종 교수 “훌륭한 스승, 뛰어난 선후배, 놀라운 제자 만난 나는 행운아”

정양환 기자 입력 2018-05-10 03:00수정 2018-05-10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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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퇴임 회고전 여는 김병종 교수
정년퇴임 회고전이 열리는 전시장에서 포즈를 취한 김병종 서울대 교수. 배경 작품은 김 교수가 최근 가장 심혈을 기울인 ‘송화분분’으로 특별히 동아일보에 먼저 공개했다. 오랜 소나무에서 생명의 최소단위라 할 송홧가루가 날리는 모습을 반추상 기법으로 그렸다. 김 교수는 “억센 소나무 가지와 부드러운 송 홧가루를 대비해 정중동의 생명 미학을 구현해보려 했다”고 설명했다. 임장활 사진작가 제공
“(교단을 떠난다고) 크게 달라질 건 없습니다. ‘그리고 읽고 쓰고 가르치며’ 평생을 보냈는데, 이젠 ‘그리고 읽고 쓰는’ 삶에 좀 더 매진하는 것뿐이지요. 주위에 온통 고마운 분들에게 감사한 일밖에 없었으니, 전 행운아입니다.”

누군가를 찾아가는 발걸음이 이토록 스산했던 적이 있었을까. 3일 김병종 서울대 동양화과 교수(65)를 만나기로 한 서울 종로구 한 카페. 문 앞에서 침을 두어 번 꿀꺽 삼켰더랬다. 지난해 사별한 아내, 소설가 정미경. 고인을 그리며 올해 초까지 세상에 선보인 유작들. 그리고 5월, 세월은 그에게 정년퇴임 회고전을 준비시켰다. 허허로울 심상(心狀)을 괜한 인터뷰로 어지럽히는 건 아닌지. 한데 ‘행운아’라니. 말을 고르느라 한참을 더듬거렸다.

―많이 힘드셨을 텐데…, 어찌 그리 말씀하십니까.

“그게 사실이니까요. 제 학교생활 40여 년은 ‘훌륭한 스승, 뛰어난 선후배, 놀라운 제자’가 다입니다. 끊임없이 그들에게 영감과 자극을 받았습니다. 가르치기보단 오히려 배우는 게 컸던 시간이죠. 이렇게 모교에서 회고전까지 여는 선물을 받았는데 어찌 운이 따르지 않았다 하겠습니까.”

―11일부터 열리는 회고전 제목이 ‘바보 예수에서 생명의 노래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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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작품 ‘바보 예수-엘리엘리라마사박다니’.(170×110㎝) 김병종이란 화가를 세상에 알린 ‘바보 예수’ 시리즈는 1980년대 시대적 고민을 종교라는 주제와 중첩시킨 연작들이다. 김병종 교수 제공
“한 우물도 벅찬 게 미술의 길인데, 전 좀 산만했죠. ‘바보 예수’ ‘어린 성자’ ‘숲에서’ ‘생명의 노래’…. 다양한 주제와 시리즈를 파고들었습니다. 밟아온 길을 담담하게 보여주려니 전시 제목도 덧붙일 게 없군요. 2015년 중국 베이징 진르(今日)미술관에서 가진 개인전이 한 번 화가 인생을 정리하는 기회였는데, 당시엔 중국 정부가 종교적 이유로 ‘바보 예수’를 불허했어요. 작품 수(60여 작)는 많지 않지만, 고르고 골랐으니 진정한 ‘회고’는 이번 전시가 되겠습니다.”

―2014년 시진핑(習近平) 주석에게 그림을 선물한 게 계기가 된 전시지요.


“그렇죠. 참…, 고마운 인연은 도처에 있습니다. 반응도 썩 엉망은 아니었어요. 진르미술관장이 ‘퇴임 뒤 1년에 6개월은 중국에서 활동하자’는 제안도 했습니다. 긍정적으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일단 전시 끝나고 찬찬히 결정해야죠.”

김 교수는 겸양을 내비쳤지만, 현장 분위기는 무척 뜨거웠다. 현지에서 손꼽히는 미술평론가인 자오리(趙力) 중앙미술학원 교수의 평은 이를 단박에 갈음한다. ‘김병종의 독창적 상상력과 낭만적 색채는 회화예술의 동양적 가치를 견지하면서 서구를 수용한 결과물이다. 중국 미술은 그의 작품으로 많은 시사를 받게 될 것이다.’ 그의 작품세계는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평화의 집 비공개회담장에 2009년 작 ‘화려강산’이 걸리며 또 한 번 주목받았다.

―마음도 정리하실 겸, 훌쩍 떠나는 것도 방법이겠습니다.


“정리란 말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이제 본격 ‘전업 작가’로 출발하니, 새로이 도전하는 시작일 뿐이지요. 아내 일은 출간할 유작이 1편 더 남았는데, 정리의 대상은 아니니까요. 아, 최근 아내를 무척 아끼셨던 이어령 선생한테 꾸중을 좀 들었습니다. ‘문학의 일은 문학에 맡겨두시게. 내 책임지고 정 작가 평가는 재정립할 테니, 자네는 붓을 놓지 말게’라고 하셨습니다. 정신이 번뜩 들더군요. 더 맹렬하게, 치열하게 살아야죠. …누가 되지 않도록.”

인터뷰 끝자락, 비가 무척이나 굵게 내렸다. “아들이 회고전에 입을 양복 한 벌 사러 가자네요. 뭔 기념이냐며 거절했는데 한사코…. 부쩍 아비가 신경 쓰이나 봐요”라며 자리를 뜬 김 교수. 젖은 구름 새 햇살이 내비친 게 겨우 얼마 뒤임을 그땐 알지 못했다. 야멸치던 거리 공기가, 곰지락 개운해졌다.

20일까지.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미술관. 02-880-9504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김병종 교수#바보 예수에서 생명의 노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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