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근히 끌린다 ‘뚝배기’ 유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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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5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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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매력’ 4월 MVP-4할 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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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외야수 유한준(37·사진)은 2005년 데뷔 후 13년 만에 4월 월간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흔히 MVP라고 하면 화려하게 반짝이는 ‘별’을 떠올리지만 유한준은 별보다는 투박하나 은은한 ‘달’ 같은 선수다. 그와 인연이 닿았던 지도자들이 가장 먼저 꼽는 그의 미덕 역시 진중함과 꾸준함이다.

워낙 눈에 띄게 좋은 4월 성적(타율 0.447, 장타율 0.757, 출루율 0.491로 모두 1위)에 남다른 맹타 비결을 묻는 질문도 많이 받지만 그저 ‘하던 걸 계속 했을 뿐’인 유한준은 달리 할 말이 없어 곤란하다.

“해왔던 것들을 잘될 때나 안 될 때나 꾸준히 한다. 연차가 쌓이다 보니 안 좋을 때 어떻게 버텨야 되는지 알게 된 것 같다. 어렸을 때는 잘 안 되면 다 바꿔보고 그랬는데 어차피 타격은 사이클이 있으니 잘 버티면 또 올라갈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한다.”

매일 스스로 짠 생활계획표를 그대로 실천 중인 유한준은 후배들에게는 ‘걸어 다니는 교과서’나 마찬가지다. KT가 60억 원을 들여 30대 중반의 적지 않은 나이인 그와 4년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한 데에는 후배들을 잘 이끄는 역할을 기대한 부분도 크다.

김진욱 KT 감독은 “좋은 컨디션이 굉장히 길게 가는 중이다. 아마 그렇게 방망이 치고 수비하면 체력적으로 힘들 텐데 워낙 성실하다. 늘 3할은 쳐 주는 선수다. 우리 타선은 유한준을 중심에 놓고 앞뒤로 맞추면 되니 팀에서의 역할이 크다”고 말한다.

유한준은 평소 말수가 많지 않은 편이다. 게다가 일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기 위해 경기 전 인터뷰도 정중히 사양했기에 성적에 비해 더 조용해 보였다. 비슷한 성적을 내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그는 늘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이 아닌 옆자리에 서는 게 익숙한 선수였다.

소리 소문은 없지만 시즌을 치르고 나면 늘 상위지표에 이름을 올리며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는 ‘소리 없이 강한 선수’로 기억되기 시작했다. 유한준은 이 수식어에 대해 “야구는 잘하고 싶은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건 썩 내키지 않는 성격이다. 스타성 있는 선수가 아닌데 팬들이 좋게 포장해 준 것 같다”며 머리를 긁적인다.

말보다는 행동이 늘 앞서는 그의 주변에는 후배들이 줄을 선다. 철저한 몸 관리는 보는 이들을 감탄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넥센 시절부터 많은 후배가 롤 모델로 ‘유한준 선배’를 꼽곤 했다. KT에 와서도 마찬가지다. 수비 노하우나 타격부터 사소한 생활습관까지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그의 말을 듣고 금연을 실천하게 된 선수도 여럿 된다.

그에게 야구 상담 신청을 해오는 건 같은 팀 후배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KT전에서 인사이드파크 홈런을 때린 두산 정진호는 유한준에게 조언을 구했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그 얘기가 나오자 유한준은 “유신고 후배다. 너희 팀에 좋은 선배 많은데 왜 나한테 그러냐고 했다. 그래도 야구 하는 후배가 전화가 왔는데 ‘됐어, 끊어’ 하기도 뭐해서 정말 맛보기만 얘기해줬는데 잘 치더라. 얘기를 해준 뒤 다음 상대가 우리 팀이라는 걸 깨달았다”며 머쓱한 듯 웃음을 지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kt 유한준#kbo mv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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