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핵실험장 폐쇄만으로 대가 안돼”… 中 “北, 완전 비핵화 명확”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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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 비핵화 협상]한중일 정상회의서 시각차 드러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반도 정세가 긴박하게 출렁이고 있는 가운데 9일 일본 도쿄에서 만난 문재인 대통령과 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원 총리,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에 협력하기로 했다. 한중일 정상회의가 열린 것은 2015년 11월 이후 2년 6개월 만이다. 길어진 공백만큼 이날 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입장을 놓고 세 나라는 작지 않은 간극을 노출했다.

○ 비핵화 시각차 드러낸 한중일

한중일 정상은 이날 회의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문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중일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 남북 관계 개선이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에 대단히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의장국인 일본 아베 총리도 “북한의 여러 문제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완전히 이행한다는 것이 한중일 공통의 입장”이라고 했다.

하지만 공동 기자회견에서 내비친 속내는 달랐다. 아베 총리는 “납치, 핵, 미사일 등 여러 현안을 포괄적으로 해결하고 북한이 올바른 길을 걸어 나간다면 북-일 평양선언에 의거해 불행한 과거를 청산하고 국교 정상화를 지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북한에 핵 폐기는 물론 중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생화학무기 전면 폐기, 인권 문제 해결을 요구한 것이다.

세 나라의 시각차는 정상회의 후 이뤄진 양자회담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아베 총리는 “북한에 대한 제재 완화나 해제는 시기가 중요하다”며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하거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쏘지 않는 것만으로 대가를 줘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한국이 독자적으로나 임의적으로 북한과 경제협력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현재는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북한과 이산가족 상봉이나 조림, 병충해 산불 방지 등을 (협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핵화 개념을 놓고도 온도 차를 보였다. 이날 회의 직후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관방 부장관은 “핵무기를 포함한 대량살상무기 및 탄도미사일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으로 폐기(CVID)하기 위해 3국이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는 ‘완전한 비핵화’에 충분히 의미를 부여했다. 완전한 비핵화와 CVID가 같은 의미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아베 총리는 “평화체제가 구축되려면 지역 안전 보장이라는 중요한 내용이 담겨야 한다”며 “동북아 안전보장 논의에 일본도 참여하고 싶다”며 저팬 패싱 우려를 불식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이에 문 대통령은 “평화협정은 전쟁 당사자끼리 합의하는 것”이라면서도 “더 넓은 의미에서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에는 일본이 반드시 참여해야 하고 협력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 中 “미국이 北에 응답할 차례”

한국과 중국은 북한의 비핵화 프로세스에 대한 보상 필요성에 한목소리를 냈다. 문 대통령과 리 총리는 이날 오후 별도로 가진 한중 회담에서 “북한에 대해 일방적 요구만 할 것이 아니라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실행하면 체제 보장과 경제개발 지원 등 밝은 미래를 보장해주는 데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밝혔다. 리 총리는 또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명확한 의사를 가지고 있으며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에 상응하는 미국의 피드백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리 총리는 또 “중국은 ‘한중일+X’ 메커니즘도 구축하길 바라고 있다. 한중일 3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들 외의 국가들과도 협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중일 정상회의에 북한이 참여해 함께 경제협력 사업을 추진하는 구상을 제시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한중은 사드 보복 해제와 미세먼지 공동 대응을 놓고 간극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삼성과 롯데, LG 등을 언급하며 사드 보복 해제에 대해 “좀 더 빠르고 활력 있게 진전되길 바란다”고 했다.

반면 리 총리는 “사드를 적절하게 다뤄줄 것으로 생각한다”며 재차 사드 문제를 거론했다. 또 한중 미세먼지 공동 대응에 대해선 “미세먼지의 원인은 매우 복잡하며 그 이유도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한국과 함께 연구하고 실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길 바란다”고 했다.

중국과 일본은 과거사 문제를 놓고 충돌했다. 공동성명에 ‘역사 직시’라는 문구를 넣어야 한다는 중국의 요구에 일본이 반대 입장을 고수하면서 공동성명 채택이 지연되기도 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비핵화#한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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