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마다 영화 느낌… 뒤에 코폴라 감독 있거든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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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자랑 록밴드 ‘피닉스’
보컬 마르스, 코폴라 감독의 남편…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음악 작업
“꿈꾸는 듯한 소리 만들려 노력”



“다들 와보고 싶어 하지만 눌러살 만큼 재미난 곳은 아니에요. 그래서 우리도 법정 성년인 18세가 되자마자 파리로 도망 나와 음악을 시작했죠.”(로랑 브랑코위츠·기타·건반)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궁전이 있는 프랑스 베르사유. 그곳 출신 네 젊은이는 늘 “시골이 아닌 대도시로, 더 먼 세계로 나아가는 꿈을 꿨다”고 했다.

프랑스의 세계적인 록 밴드 ‘피닉스’ 멤버들. 최근 이들을 서울에서 만났다.

피닉스의 2013년 히트 곡 ‘Entertainment’의 뮤직비디오엔 곤룡포와 매스게임, 조폭 캐릭터가 나온다. 남북한 문화를 패러디한 영상. 지난해 앨범 ‘Ti Amo’(이탈리아어로 ‘사랑해’)에는 또 1980년대 이탈리아에 대한 헌정과 풍자를 담아 화제였다.

최근 내한한 프랑스 록 밴드 ‘피닉스’. 왼쪽부터 크리스티앙 마잘라이(기타), 로랑 브랑코위츠(기타·건반), 토마 마르스(보컬), 데크 다르시(베이스기타·건반). ⓒ Emma Le Doyen
최근 내한한 프랑스 록 밴드 ‘피닉스’. 왼쪽부터 크리스티앙 마잘라이(기타), 로랑 브랑코위츠(기타·건반), 토마 마르스(보컬), 데크 다르시(베이스기타·건반). ⓒ Emma Le Doyen
작품마다 영화처럼 분위기를 바꾸는 재주를 가진 피닉스는 록 밴드이지만 영화와 연이 깊다. 보컬 토마 마르스는 ‘대부’로 유명한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딸인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남편. 코폴라는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2003년)에 피닉스의 음악을 쓴 데 이어 지난해 ‘매혹당한 사람들’에서는 아예 피닉스에 배경음악 제작을 맡겼다. 록 밴드에 영화 스코어 작업을 일임하는 일은 이례적이다.

데크 다르시(베이스기타·건반)는 “분위기를 중시한, 꿈꾸는 듯한 소리를 만들려 노력했다”고 했다. 브랑코위츠는 “이탈리아 작곡가 몬테베르디(1567∼1643)의 작품 ‘성모의 저녁기도’ 음반 가운데 교회에서 울림이 강하게 녹음된 것을 찾아, 이를 다시 디지털 기술로 굉장히 느린 속도로 변조시키는 방식을 써서 형이상학적인 소리를 얻어냈다”고 설명했다.

피닉스가 지난달 연 내한공연은 입안에서 폭죽처럼 터지는 총천연색 피스타치오 젤라토 같은 빛과 소리의 향연으로 꾸며졌다. ‘Goodbye Soleil’는 이탈리아 해변에 앉아 구식 신시사이저 반주 위로 부르는 샹송처럼 로맨틱한 곡. 마치 올해 개봉한 1980년대 이탈리아 배경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숨은 사운드트랙 같다.

“그 영화 보고 깜짝 놀랐죠. 피닉스 멤버 절반이 이탈리아계이거든요. 이탈리아에서 방학을 보낸 어린 시절의 기억, 그 순수했던 감정으로 돌아가는 느낌으로 앨범을 만들었는데 영화 역시 그런 정서와 디테일을 빼어나게 표현했더군요.”(브랑코위츠)

피닉스의 2013년 앨범(‘Bankrupt!’) 표지는 복숭아 그림. ‘콜 미…’에서 화제가 된 부분도 복숭아가 나오는 장면. 보통 우연이 아니다. 베르사유는 영화감독 미셸 공드리의 고향이다. 만약 피닉스 멤버들이 감독으로 데뷔한다면 어떤 영화를 만들까?

“에릭 로메르 감독의 ‘클레르의 무릎’(1970년) 같은 작품 어떨까요? 생각해보니 거기에도 복숭아나무가 등장하네. 허허허.”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록 밴드 피닉스#프랑스#토마 마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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