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시요일… “詩야말로 SNS시대 딱 맞는 콘텐츠”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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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전문 앱 ‘시요일’ 기획 박신규 시인

원래 있던 시집이 모바일 앱에 들어간 것일 뿐인데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앱 ‘시요일’의 기획위원장인 박신규 미디
어창비 출판본부장은 “시집 한 권 펼쳐본 적 없던 이들조차 (앱을 통해) 시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알게 됐다는 게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원래 있던 시집이 모바일 앱에 들어간 것일 뿐인데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앱 ‘시요일’의 기획위원장인 박신규 미디 어창비 출판본부장은 “시집 한 권 펼쳐본 적 없던 이들조차 (앱을 통해) 시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알게 됐다는 게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디지털 시대, 그간 시(詩)의 운명은 생명 유지 장치를 달고 겨우 숨만 쉬는 중환자와 비슷하게 묘사돼 왔다. 실제로 현재 출판사에서 내는 시집 대부분은 초판의 절반도 소화하지 못한다.

한데 이례적으로 최근 ‘시 전문 애플리케이션(앱)’이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창비가 지난해 4월 만든 앱 ‘시요일’이다. 3만5000여 편에 이르는 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앱은 서비스 시작 1년 만에 이용자 수 22만 명을 돌파했다. ‘워너원’ 멤버 강다니엘도 애용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한때 접속이 마비되기도 했다.

‘손 안에 들어온 시’에 쏟아지는 관심은 시가 주는 ‘감성’이 여전히 우리에게 필요함을 방증하는 게 아닐까. 지난달 22일 서울 서교동에서 만난 ‘시요일’ 기획위원장인 박신규 미디어창비 출판본부장(46)은 “좋은 시에 대한 열망은 짧고 감성적인 글이 잘 맞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환경에서 오히려 더 커졌다”며 “그런 콘텐츠(시집)에 어떻게 접근할지 몰랐던 이들에게 하나의 계기가 돼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죽은 장르 취급받던 시가 어떻게 킬러 콘텐츠로 변모한 것인가.


“시의 ‘시한부설’은 1990년대부터 떠돌았다. 그런데 아직 살아있다. 시적 충동, 열망이 창작자와 독자 모두에게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학 전공자가 아닌 독자들은 시집을 권 단위로 읽기 쉽지 않다. 인터넷이 발달하며 시의 소비도 ‘편 단위’로 바뀌었다. 시 유통 방식에 변화가 필요함을 계속 절감해왔다. 누구나 쉽게 시를 즐길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했고 ‘시요일’이 그 역할을 했다.”

―‘꽃이 지네’ ‘떠나고 싶은 날에’ ‘그래도, 괜찮은 인생’ 등 테마에 맞는 추천 서비스가 인상적이다.

“김수영의 ‘봄밤’을 아는 일반 독자들은 거의 없었을 텐데, 추천 시로 소개한 뒤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좋은 시는 누구나 알아보는 생명력이 있다. 시집 한 권 읽지 않았던 10, 20대조차 ‘좋아요’를 누르고 SNS에 공유한다. 그래서 큐레이션이나 태그를 통해 이런 시를 쉽게 찾아볼 수 있게 했다. 젊은 시인 10명이 일일이 키워드 분류를 했다. 2000년대 이전 시집은 일일이 스캔해 텍스트로 변환하는 작업도 했다. 인터넷에 떠돌면서 왜곡, 변형된 시도 많다. 1975년 이후 창비에서 나온 시집과 저작권이 만료된 시들의 정전(正典) 확립이란 측면에서도 중요한 작업이었다.”

앞으로 ‘시요일’은 현대시를 넘어 시조까지 보유 콘텐츠를 확대할 예정이다. ‘고시조 대사전’의 약 4만6000수를 추가로 수록한다. 또 좋아하는 시를 모아 독자 개인의 시집을 직접 만드는 ‘주문제작형 시집’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시요일의 인기가 시의 생산이나 유통 과정에 또 다른 변화를 끌어낼까.

“침체한 시의 세계를 매체 환경 변화에 맞춰 한번 뒤집어 낸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트계산원, 취업준비생 등 정말 다양한 이들의 절절한 후기가 올라온다. 이렇게 좋은 시가 있는 줄 몰랐다는 반응이다. 일단 이렇게 시를 접하면 독서 폭은 더 깊어진다. 장기적으로 산문, 독서문화 전체에까지 영향을 미치길 기대한다. 시를 매개로 한 ‘독서문화 운동 플랫폼’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시요일#시 전문 애플리케이션#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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