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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개혁’ 코드에 맞춰… 1년새 180도 말바꾼 경제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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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개혁’ 코드에 맞춰… 1년새 180도 말바꾼 경제부처

황태호기자 , 김준일기자 입력 2018-05-03 03:00수정 2018-05-03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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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옥죄는 정부

문재인 정권의 재벌개혁 기조에 발맞춰 주요 경제부처들이 이전 정권에서 내린 해석을 180도 뒤집는 정반대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잇달아 2, 3년 전 공식적으로 내놓은 방침을 하루아침에 번복하며 ‘대기업 때리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정부 스스로 행정의 일관성을 저해하고 혼란을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정부의 원칙 없는 대응으로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혼란을 겪는 것은 물론이고 해외 투기자본에 공격의 빌미를 제공한다는 우려가 높다.

○ 금융당국, 연일 ‘삼성 흔들기’

2일 금융권과 재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당국이 삼성그룹을 겨냥해 기존 방침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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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처리 논란을 둘러싼 금융당국의 방침은 14개월 만에 180도 바뀌었다. 지난해 1, 2월까지만 해도 당시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한국공인회계사회의 감리 결과 회계 처리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안이 인용된 직후인 지난해 3월 말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금감원 특별감리를 결정했다. 결국 1년간의 특별감리 끝에 금감원은 이달 1일 분식회계가 인정된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금감원은 “한국공인회계사회 감리 때 드러나지 않았던 혐의점을 찾아냈다”고 설명하지만 재계에서는 “정권에 따라 해석도 달라지는 정치적 결론”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처리 문제를 둘러싼 논란도 마찬가지다. 현재 보험사가 보유한 계열사 지분 가치를 현재의 취득원가 방식이 아닌 시가 기준으로 평가하도록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다수 발의된 상황이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그동안 “장기투자를 해야 하는 보험업의 특성상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하는 게 맞다”며 반대 의사를 피력해왔다.

하지만 지난달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법 개정 이전이라도 금융회사가 자발적 개선 조치를 실행하라”며 사실상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하라고 공개 압박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약 20조 원 규모의 삼성전자 주식을 강제로 팔아야 해 삼성전자의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2년 만에 스스로 한 결정을 뒤집었다. 공정위는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으로 새롭게 만들어진 순환출자 고리와 관련해 삼성SDI가 보유한 옛 삼성물산 주식(404만 주)은 신규 순환출자에 해당하지 않아 매각할 필요가 없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정반대 해석을 내놔 삼성SDI는 부랴부랴 해당 주식을 팔아야 한다.

○ “원칙 없는 규제에 기업 환경 불확실성 커져”

대기업에 대한 규제 장벽을 강화하거나 대기업과 거리 두기를 하는 정부부처 움직임도 잇따르고 있다. 금융위는 인터넷전문은행의 혁신 서비스와 정보기술(IT) 기업의 금융업 진출을 유도하기 위해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제한)를 완화해야 한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는 없던 일이 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정관 변경 승인에 대해 새 정부 출범 1년이 다 된 지금까지도 유보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또 대한상공회의소 등 재계가 요청하는 네거티브 규제 전환 논의는 미루고 있다.

이 같은 경제부처의 행보는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현 정권의 기조에 발을 맞추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금융회사 건전성, 소비자 보호에 치중하던 금융당국까지 대기업 때리기에 가세하면서 일각에서는 “공정위보다 금융위 ‘칼’이 더 무섭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권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정부 정책에 국내 전반적인 기업 환경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았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재벌개혁 드라이브도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며 “지나치게 성급한 정책 기조 변화로 기업 활동 위축, 대외 신뢰도 하락 등이 발생하면 결국 규제 효용보다 비용이 더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태호 taeho@donga.com / 세종=김준일 기자
#재벌개혁#대기업#문재인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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