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키기가 더 어려운 ‘닥터 K’… 탈삼진왕 2011년부터 매년 새얼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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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타이틀 켈리 부상으로 주춤… 올해 한국 처음 온 한화 샘슨 선두

프로야구 37년 역사상 탈삼진왕에 2번 이상 오른 선수는 롯데 최동원(1984, 1987년), 해태 선동열(1986, 1988∼1991년), 한화 정민철(1994, 1997년), 해태 이대진(1995, 1998년), 한화 류현진(2006, 2007, 2009, 2010, 2012년) 등 다섯뿐이다. 각각 5회로 최다 타이기록을 보유한 ‘선동열’과 ‘류현진’의 이름만 봐도 그 가치를 알 수 있다. 한국 야구사의 한 획을 그은 ‘국보급 투수’만이 가질 수 있는 영광의 타이틀이다.

타고투저가 대세로 떠오르며 류현진을 끝으로 탈삼진왕 주인은 해마다 바뀌었다. 2011년부터 윤석민(KIA), 류현진(전 한화), 리즈(전 LG), 밴덴헐크(전 삼성), 차우찬(전 삼성), 보우덴(전 두산), 켈리(SK)에게 차례로 넘어갔다. 올 시즌에도 탈삼진 타이틀은 새로운 주인이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리그 탈삼진 선두는 올해 한국 무대에 데뷔한 한화 샘슨(52개)이다. 타이틀 방어에 도전하는 켈리는 28개로 순위 경쟁에서 한참 밀려나 있다. 시즌 초반 어깨 부종 때문에 보호 차원에서 1군에서 제외돼 로테이션을 걸렀던 여파다.

‘닥터 K’ 춘추전국시대는 그만큼 탈삼진왕이 수성하기 어려운 자리임을 뜻한다. 삼진 자체가 압도적 구위를 갖춰야만 가능한 건 아니다. 더욱이 ‘비율’이 아닌 ‘절대치’를 기준으로 계산하기에 탈삼진왕에 오르려면 기본적으로 많은 이닝을 소화해야 한다. ‘강한 공’을 ‘오래’ 뿌렸다는 뜻이다. 통상적인 ‘에이스의 미덕’과 일치한다.

“공 세 개로 삼진 잡는 것보다 공 하나로 맞혀 잡는 게 낫죠.” 최근 야구 중계 중간중간 나오는 광고에 자주 등장하는 OB 장호연의 말이다. 효율적 투구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삼진의 가치를 평가절하하는 말도 아니다. 투수에게 삼진은 타자에게 ‘홈런’ 같은 강력한 무기다. 모두가 홈런타자일 필요는 없지만 흐름의 경기인 야구에서 삼진과 홈런만큼 투타의 승부를 쫄깃하게 만드는 요소도 없다. 실점 위기에서 타자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울 때의 그 쾌감은 뜬공과 땅볼 같은 범타와는 분명 다른 분위기를 형성한다.

현재 탈삼진왕 레이스에서 가장 앞서 있는 ‘국내 투수’는 KIA 양현종(41개)이다. 명실상부한 KIA의 에이스인 그는 평균자책점, 다승,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까지 웬만한 타이틀은 다 따냈지만 아직 탈삼진은 정복하지 못했다. 그가 수상 소감 때마다 “탈삼진왕을 꼭 해보고 싶다”는 욕심을 숨기지 않는 이유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프로야구#탈삼진왕#한화 샘슨#켈리#양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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