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상풍-디프테리아 백신, 어렸을 때 맞았으니 괜찮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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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에게 필요한 예방접종

한국의 영·유아 예방접종률은 선진국을 능가한다. 3세 아동의 예방접종률이 96.9%로 미국(90.9%)이나 호주(94.5%), 영국(93.7%)보다 높다. 12세까지 꼭 필요한 예방접종을 마치는 데 들어가는 비용(1인당 150만 원)을 2014년부터 전액 국가가 지원한 덕분이다.

하지만 성인 예방접종은 사정이 다르다. 정부가 돈을 대는 건 고위험군 대상 장티푸스와 신증후군(유행성)출혈열, 노인 대상 인플루엔자(독감) 등 3종뿐이다. 나머지는 건강보험도 적용되지 않아 비용을 전액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이 때문에 폐렴 사망 예방 효과가 뛰어나 65세 이상에게 권고하는 ‘폐렴사슬알균 백신’의 경우 접종률이 5%도 안 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예방접종 주간’(매년 4월 마지막 주)을 맞아 대한감염학회가 꼽은 ‘성인에게 필요한 예방접종’을 정리했다.

대표적인 성인 예방접종은 파상풍과 디프테리아 백신(Td)이다. 각각 상처 부위의 근육 수축이나 호흡 곤란으로 인한 사망을 막아준다. 어렸을 때 맞았어도 시간이 지나면 효력을 잃기 때문에 10년마다 다시 맞아야 한다. 보건소나 동네 내과의원에서 맞을 수 있다. 다만 미리 재고가 있는지 전화로 확인한 뒤 가는 게 좋다. 가격은 3만 원 수준이다.

온몸 통증을 일으키는 대상포진 백신은 65세 이상에게 ‘최우선 권고’ 백신이다. 1회 20만 원 수준으로 가격이 비싸지만 대상포진 감염 시 통증이 심하고 치료가 어려운 만큼 미리 맞아두는 게 좋다. 독감 백신은 매년 9∼12월에 누구나 맞는 게 좋지만 합병증 우려가 높은 65세 이상에겐 필수다. 3가(독감 바이러스 3종 예방)는 1만5000∼2만 원, 4가(4종 예방)는 3만∼4만 원이지만 65세 이상은 보건소 등에서 무료다.

여성에게 권장하는 백신은 홍역·볼거리·풍진 백신(MMR)과 인유두종바이러스 백신이다. MMR는 임신을 앞둔 여성이라면 꼭 맞아두는 게 좋다.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인유두종바이러스의 백신은 만 12세에 무료 접종을 놓쳤다면 20대에라도 꼭 맞는 걸 권한다. 호주 등 일부 국가에선 이 백신을 남성에게도 맞힌다. 성 접촉 시 여성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어서다.

역학(疫學) 전문가들은 성인 예방접종도 건강 취약계층이라면 비용을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혈액암 치료를 위해 조혈모세포(골수)를 이식받은 환자가 대표적이다. 새 세포가 몸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수술 전후 면역력을 극도로 낮추는데, 이 과정에서 기존에 갖고 있던 감염병 항체가 힘을 잃는다. 회복 과정에서 마치 신생아처럼 모든 예방접종을 다시 해야 한다. 그 비용만 200만 원이 넘는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조혈모세포 이식 수술과 치료 등에 드는 수천만 원은 건강보험으로 지원하지만 정작 회복에 필수적인 예방접종은 전부 환자가 내야 한다”며 “수술에 성공하고도 엉뚱한 감염병으로 상태가 나빠지는 일이 없도록 예방접종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예방접종#성인 예방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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