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지배구조 개선해야”… 삼성 연달아 흔드는 정부여당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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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그룹 통합감독 도입 앞두고 삼성-미래에셋 콕 집어 지적
금융위원장은 “법 강제하기 전에 삼성생명 보유 전자 지분 팔아야”
與도 삼성 겨냥 법안 잇달아 발의…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 우려도


금융당국이 삼성의 지배구조를 문제 삼는 발언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금융계열사들의 계열사 지원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삼성의 지배구조를 비판하고 나섰다. 이에 앞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삼성생명이 갖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하라고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여당이 발의한 여러 법안도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삼성으로서는 큰 부담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와 여당이 압박의 강도를 점점 높이고 있어 삼성의 지배구조가 위협받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금감원 “삼성 지배구조에 문제 있다”

유광열 금감원장 대행은 25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삼성 등 금융그룹 통합감독 대상 7개 그룹 임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금융계열사를 통한 부실 계열사 지원이나 계열사 간 출자 등 금융그룹이 직면한 다양한 리스크는 금융그룹의 건전성을 저해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이날 금융그룹의 리스크를 높이는 9개 유형을 공개했는데 이 중 3개는 삼성그룹을 겨냥한 내용이었다. 예를 들어 금융계열사를 동원한 계열사 지원의 리스크를 언급하며 삼성을 예로 들었다. 삼성중공업이 최근 1조5000억 원 규모의 증자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삼성생명이 390억 원을 출자한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또 삼성생명이 변액보험의 절반 이상을 삼성자산운용에 위탁하고 있어 내부 거래 의존도가 과하다고 지적했다. 삼성생명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20.76%)과 삼성물산(19.34%) 등 주요 주주보다 외부 주주 비중이 높아 회사가 위기에 처했을 때 대응할 여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유 대행은 “법제화 이전이라도 그룹 리스크가 해소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촉구했다. 계열사 지원을 자제하고 내부 거래 규모를 줄일 것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삼성그룹과 함께 미래에셋금융그룹도 이날 금감원의 타깃이 됐다. 금감원이 밝힌 문제 유형 9개 사례 중 4개에 해당됐다. 미래에셋대우증권과 네이버가 지난해 자사주를 맞교환한 것이 대표적인 문제로 지적됐다.

○ 삼성생명, 18조 원어치 삼성전자 지분 매각해야

이에 앞서 최종구 위원장은 최근 “금융회사의 대기업 계열사 주식 소유 문제는 법률이 개정되기 전에 회사 스스로 단계적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이는 삼성생명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삼성생명은 현재 삼성전자 주식 8.23%(약 1062만 주)를 소유하고 있다.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사가 취득 원가 기준으로 자산의 3%까지 계열사 주식을 보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사의 계열사 주식 가치를 취득 원가가 아닌 시장가격으로 계산하도록 하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18조3000억 원(25일 기준)에 달하는 삼성전자 지분을 팔아야 한다.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삼성을 겨냥하고 있다. 제윤경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월 금융회사들의 비금융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한도를 총 15%에서 3%로 낮추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이 통과되면 삼성생명(8.23%)과 삼성화재(1.44%)의 의결권은 합쳐서 3%로 쪼그라든다.

○ 곤혹스러운 삼성


정부와 정치권의 전방위적인 압박에 삼성은 당혹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특히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처분해야 하는데 시장에 처분하면 삼성전자의 주가가 폭락하는 것은 물론이고 삼성전자에 대한 오너 일가의 지배력이 흔들릴 수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SDS와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계열사 지분을 삼성전자에 매각하고, 이 돈으로 삼성생명의 지분을 매입하는 방법이 거론되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 국회에 발의된 공정거래법 개정안 때문이다. 이 법안은 계열사 보유 지분을 시가로 계산해 총자산의 50%를 넘을 경우 지주사로 강제 전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물산은 지주사로 전환돼 삼성전자 지분을 30%까지 늘려야 한다. 수십조 원을 추가로 투입해야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하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을 다른 계열사가 매입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삼성 오너가의 지배구조가 흔들리면서 외국인 투자자의 ‘삼성 흔들기’도 거세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강유현 yhkang@donga.com·서동일 기자
#금감원#지배구조#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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