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핀란드 기본소득 포기… ‘현금 쥐여주기 복지’의 실패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2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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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가 전 세계의 관심 속에 진행한 기본소득 실험을 시행 2년 만에 끝내기로 했다. 핀란드의 기본소득 시범사업은 25∼58세 실업자 2000명을 대상으로 아무 조건 없이 매달 560유로(약 74만 원)씩 지급하는 방식이다. 국가가 일정 소득을 보장해주면 실업자들이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임시직이라도 구할 것이라는 기대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핀란드 정부가 예산을 더 투입하지 않기로 해 실험은 올 12월 종료된다.

이는 기본소득으로 최소한의 수준에서 먹고살 만하다 보니 일할 동기가 없어 실업률이 떨어지지 않은 탓이다. 핀란드 정부는 이미 기본소득을 확대하기보다 기존 실업수당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틀었다. 기본소득 실험의 최종 결과는 2019년 말에 나오지만 노동과 연계되지 않은 ‘묻지 마’ 복지는 현실에선 실효성이 없다는 교훈을 준다.

특히 모든 국민에게 일정액을 현금으로 쥐여주는 기본소득은 막대한 재원이 든다는 점에서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3월 핀란드가 기본소득을 전 국민에게 확대하려면 소득세를 기존보다 30% 높여야 할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에서 월 30만 원을 기본소득으로 주려면 조세부담률을 10%포인트 높여야 한다는 연구도 있다.

기본소득은 로봇과 인공지능(AI)이 사람의 일을 대체할 것이라는 관측 때문에 세계적으로 관심이 높아졌다. 현재 한국 사회가 겪는 일자리 문제나 양극화를 풀 해법과는 거리가 있는 얘기다. 그런데도 기본소득을 차용해 생활비를 직접 지원하는 청년수당, 생활임금 등이 우후죽순으로 늘고 있다. 이는 실제 복지가 필요한 사람에게 돌아갈 혜택마저 갉아먹을 수 있다. 효과도 검증되지 않은 ‘현금 쥐여주기 복지’는 막아야 한다.
#핀란드#기본소득#실업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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