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장애인단체, 권익보장 요구하며 경남도청서 노숙농성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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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경남 창원시 경남도청 1층 로비에서 농성 중인 장애인단체 회원들이 항의의 표시로 삭발을 하고 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24일 오후 경남 창원시 경남도청 1층 로비에서 농성 중인 장애인단체 회원들이 항의의 표시로 삭발을 하고 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경남도민의 한 사람으로, 정말 인간답게 살고 싶습니다. 장애인에게도… 봄날이 오기를 소망합니다.”

24일 오후 2시 경남 창원시 경남도청 중앙현관 로비. 이곳에서 ‘노숙 농성’ 중인 박상호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대표(47)는 어눌한 말씨로 “우리 요구사항 관철을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투쟁’이란 구호도 외쳤다. 이어 박 회장을 포함해 휠체어에 탄 6명의 장애인이 머리를 깎아 자신의 이름이 적힌 종이 박스에 머리카락을 담았다. 삭발한 장애인은 물론이고 지켜보던 150여 명의 동료들도 눈물을 훔쳤다. 로비 바닥엔 ‘자립의 봄날은 온다’는 대형 펼침막이 놓여 있었다.

20일 도청 정문에서 집회를 마치고 현관 로비로 이동해 농성 중인 이들은 사단법인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 협의회 소속 회원들이다. 장애인자립생활센터 9곳, 장애인권센터 9곳, 장애인평생학교 4곳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달 중순 경남도에 제기한 10개 요구사항에 대해 구체적인 회신이 없다며 농성에 돌입한 것이다.

협의회 요구는 ‘자립’을 위한 수당과 운영비 지원 확대, 권익 향상과 관련된 교육 및 이동권 보장이 핵심이다. 구체적으로는 중증장애인 자립생활센터 운영비 현실화, 김해지역 도비(道費) 자립생활센터 추가 설치, 장애인 교육권 보장, 장애인 수당 확대 등이다.

경남도와 협의회 대표는 그동안 10여 차례 만났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경남도는 “다른 지역, 다른 단체와의 형평성 문제와 예산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며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장애인 교육권 보장은 도교육청 소관 업무이며, 장애수당 10만 원 인상은 올 9월부터 장애인 연금이 최고 33만 원으로 인상돼 당장 수당을 올리긴 어렵다”고 말했다.

경남도는 또 김해지역 자립생활센터 추가 설치에도 부정적이다. 현재 김해에는 센터가 2개이지만 아직 센터가 마련되지 않은 시군도 있다는 이유다. 추가 설치는 18개 시군 전체에 센터 개설이 끝난 뒤 검토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경남도 장애인복지과에 ‘자립 지원계’와 ‘탈(脫)시설계’를 설치하는 문제와 장애인 이동권 보장, 중증장애인 도우미 지원서비스, 민간연수원 장애편의시설 보강 등은 의견 접근을 봤다.

김정일 센터협의회 부대표(51)는 “우리의 요구사항 10개를 모두 수용하더라도 도비와 시 군비를 합쳐 50억 원이면 충분하다”며 “경남도의 성의가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경남도의 장애인 수당 등은 다른 광역단체에 비해 적다”고 덧붙였다.

장애인 단체가 도청 중앙현관에서 확성기를 틀고 농성을 이어가자 공무원노조 홈페이지에는 불만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수단이 불법이어서는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확성기 소리 때문에 업무에 지장을 받는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게 나온다. 농성 중이던 장애인들이 도지사 권한대행 집무실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가려다 청원경찰과 뒤엉키며 넘어져 청경과 함께 다친 일도 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장애인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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