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상담인줄 알았더니… 네이버 지식iN도 ‘매크로’ 판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드루킹 파문]검색업계 “조작 정황 문답 수두룩”
상업적 답변 추천수 늘리고 高등급 계정으로 신뢰도 높이면 알고리즘이 자동으로 상단 배치
“포털, 업자들의 놀이터 전락”

매크로 프로그램(반복 입력 프로그램)을 악용한 댓글 여론조작이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네이버 핵심 서비스인 ‘지식iN’마저 매크로에 악용되는 정황이 포착됐다. 집단 지성으로 지식을 알려준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매크로로 조직적으로 조작돼 상업적으로 악용되고 있는 것이다. 뉴스 댓글부터 블로그, 지식iN까지 전방위적으로 매크로에 오염되면서, 인터넷 생태계가 ‘꾼들의 놀이터’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3일 검색엔진최적화(SEO)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에서 ‘학점은행제’를 검색하면 등장하는 지식iN의 질문과 답변 일부가 조작된 것으로 나타났다. 작성자는 학점은행제와 관련한 지식iN 글을 포털 검색 상단에 노출시키고, 학점은행제를 운영하는 일반 학원들을 자연스럽게 연결해주면서 이용자가 학원에 등록하면 건당 수당을 받는다.

지식iN 조작은 비교적 간단하다. 우선 네이버의 수백, 수천 개 계정(아이디)을 사들여 확보한 뒤 등급(내공, 채택 답변 수, 답변 채택률이 높은 것)이 높은 계정을 키우거나 임대한다. 지식iN 내에서 정상적인 답변만 다는 아이디를 따로 만들어 네이버 알고리즘으로부터 ‘신뢰’를 얻기 위해서다.

그 다음부터는 이른바 ‘작업’이 시작된다. 예를 들면 A라는 아이디로 ‘학점은행제 학사학위도 동등할까요?’와 같은 질문을 올리고, 등급이 높은 B라는 아이디로 곧장 정상 답변을 단다. 그 후 C라는 아이디로 접속해 특정 업체의 상담을 받을 수 있는 링크 등이 포함된 상업적인 답변을 단다. 동시에 매크로 프로그램을 가동해 ‘좋아요’를 수천 개 누른다.

실제로 한 학점은행제 관련 지식iN 글에는 ‘좋아요’ 같은 표정(이모티콘)이 이날 현재 8547개나 달려 있다. SEO 관계자는 “다른 답변에 좋아요 표정이 50∼100여 개 클릭된 점을 감안하면 이는 100% 매크로를 사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다시 A라는 아이디로 접속해 첫 번째 정상 답변을 ‘채택’한다. 이렇게 하면 네이버 지식iN 알고리즘에 따라 처음 적었던 답변이 질문 바로 밑으로 올라와, 본인이 의도한 상업적인 답변은 처음 작성한 답변 다음으로 배치된다. 매크로를 통해 수천 명이 ‘좋아요’ 표정을 눌러놨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알고리즘이 ‘지식인 채택’이라는 지위를 부여하고 지식iN 답변 상단에 노출시켜준다.

마지막으로 등급이 높은 D라는 아이디로 상업성이 없는 답변을 단다. A, D와 같은 등급 높은 아이디들이 다수의 댓글을 달면 네이버 알고리즘이 해당 지식iN 질의응답 자체를 ‘고품질’이라 판단해 검색 노출 상단에 배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SEO 관계자는 “병원, 법률 등 각종 분야에서도 지식iN 조작이 만연해 있다”고 지적했다.

지식iN은 2002년 10월 NHN에서 시작한 질문형 지식 검색이다. 사용자가 궁금한 내용을 등록하면 답변을 알고 있는 다른 사용자가 답을 해주는 집단 지성 서비스로 현재의 네이버를 있게 한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
#매크로#여론조작#드루킹#네이버#지식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