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폭탄 돌리기 미봉책으로 법정관리 면한 한국GM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2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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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노사가 법정관리 신청 기한인 23일 임·단협 잠정안에 합의했다. 정부 지원의 전제조건 중 하나였던 노사합의안이 도출돼 한국GM이 법정관리로 가는 것만큼은 피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합의안을 들여다보면 한국GM 문제가 일단락된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노사 간 핵심 쟁점이었던 군산공장 폐쇄 이후 희망퇴직을 하지 않기로 했으며, 잔존 인력에 대한 처리 방안도 명확하지가 않다. 희망퇴직을 추가로 받기로 했지만 희망퇴직을 거부하는 인력에 대한 처리는 그때 가서 보자는 식이다. 인건비를 추가로 줄이기로 했지만 이미 합의한 임금 동결 등을 제외하고는 어느 부분에서 얼마나 줄일지도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GM 본사는 부평공장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창원공장에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신차를 배정하기로 했지만 물량이 얼마나 될지 알 수 없다. 가동률이 떨어지는 부평2공장에 대해서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차후에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곳곳에 불씨를 남겨두고 있는 것이다.

이런 내용으로라도 노사가 합의했다면 정부와 KDB산업은행은 존중해줄 수밖에 없다. 정부가 지원금 5000억 원을 들인다면 관련 직원과 협력회사 등 15만 명이나 되는 사업장의 일시적 붕괴는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연쇄도산과 대량실업, 지역경제 붕괴로 이어지는 파국만큼은 피하게 되는 것이다.

정부와 산은은 27일까지 GM과 협상을 벌여 정부 지원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GM은 세계 곳곳에서 철수 협상을 벌인 경험이 있는 글로벌 기업이다. 현 정부가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는 것과 50일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 일정을 모를 리 없다. 군산공장 폐쇄를 우리와 단 한 번의 협상도 없이 갑자기 발표한 뒤 한국에 와서 여야 원내대표 등 정치인들을 가장 먼저 만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런 GM을 상대로 2대 주주인 산은은 최소한 10년간은 한국 시장을 떠나지 않는다는 확약을 받아낼 것이라고 한다. 그런 확실한 보장 없이 5000억 원이나 되는 세금을 추가 투입하고, 부평공장을 세금을 감면해주는 외국인투자지역으로 지정해주는 혜택은 곤란하다.

그럼에도 근본적인 문제는 남는다. 수익을 최우선으로 삼는 GM 본사의 글로벌 전략과 이를 맞추지 못하고 있는 한국GM의 노동생산성이다. 이걸 해결하지 못하면 GM 공장 폐쇄 문제는 언제 터져도 또 터진다. 당장 급한 불은 끈다고 하지만 더 과감한 구조조정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그래야 한국GM도, 근로자도, 협력업체도 모두 오래갈 수 있다.
#한국gm#군산#kdb산업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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