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드루킹 수사, 제대로 못하면 5년 뒤 국정원 댓글 꼴 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2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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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은 오늘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민주당원 김동원 씨의 댓글 조작, 이른바 드루킹 사건에 대한 특검 도입 여부를 논의한다. “특검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던 청와대는 민주당에 “어떤 결론이 나든 수용한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경찰의 ‘부실 수사’에 대한 비난이 계속되고 있는 데다 드루킹과의 관계가 ‘일방적’이었다고 주장한 김경수 의원의 해명이 거짓이었음이 밝혀지면서 청와대와 당이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김 의원과 드루킹의 관계를 둘러싼 의혹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두 사람이 텔레그램보다도 보안 수준이 높은 ‘시그널’을 이용해 55차례나 대화를 나눈 데 이어 드루킹이 김 의원 보좌관에게 500만 원을 건넨 사실도 새로 밝혀졌다. 김 의원은 당초 드루킹에 대해 ‘대선 때 자원봉사자 중 한 명’으로 감사 인사 정도를 보냈다고 했다가 드루킹의 인사 청탁을 청와대에 전달한 사실이 드러났고, 이번에는 지난 대선 때 드루킹에게 대선 관련 기사의 인터넷접속주소(URL)를 보내며 “홍보해 주세요”라고 요청한 일까지 밝혀졌다. 수차례 말 바꾸기에 또 다른 비밀 대화, 금전 거래 의혹까지 일고 있다.

어제 경찰은 드루킹이 운영해온 경기 파주시 느릅나무 출판사 건물 내 폐쇄회로(CC)TV 영상자료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한 달 전 드루킹 긴급체포 당시 압수수색을 하면서 “드루킹 일당이 USB 메모리를 변기에 버렸다”면서 하수구 수색조차 하지 않았던 경찰이 뒤늦게 수사팀을 두 차례나 확대하면서 부산을 떨고 있다. 수사 책임자인 이주민 서울지방경찰청장은 김 의원 소환조사는 검토하지 않는다고 했다가 20일이 돼서야 ‘검토하겠다’고 했다. 김 의원과 2003년 노무현 정부 국정상황실 행정관으로 함께 근무했던 이 청장의 봐주기 수사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다.

2012년 12월 대선을 8일 앞두고 불거졌던 국가정보원 댓글 조작 사건 수사 때 경찰은 고발장 접수 나흘 만에 “대선 후보 지지·비방 댓글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야당의 부실 수사 의혹 제기가 계속됐다. 2013년 3월 국회 국정조사, 같은 해 4월 서울중앙지검의 특별수사, 지난해 새 정부 출범 이후 검찰의 재수사까지 5년 동안 추가 수사와 추가 기소, 재판이 반복됐고 결국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 6명이 구속 기소되는 등 30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건은 5년 4개월 만인 19일 원 전 원장의 재상고심 확정 판결로 결론이 났다. 그사이 박근혜 정부와 검경은 큰 상처를 입었다. 수사 당국의 자세가 바뀌지 않는 한 5년 뒤 같은 일이 반복되지 말란 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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