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 4전패, 트라우마 벗은 문경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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낄 땐 끼고 빠질 땐 빠지는 리더십… “김민수 챔프전 깨어나라” 독려
시즌 막판 합류한 메이스에겐 단점 지적 않고 조용히 기다려

감독으로서의 첫 챔피언결정전을 4패로 마감했던 상처는 5년 뒤 SK 문경은 감독이 2패 후 4연승으로 챔프전 우승컵을 들게 한 ‘쓴 약’이 됐다. 문 감독은 “(5년 전에는) 잘하는 걸 부각하는 쪽으로 갔는데 모비스가 잘하는 걸 못하게 하니 대책이 없더라. 공부가 많이 됐다. 이번에는 선수들이 못하는 부분도 좀 감춰가면서 못하는 부분도 즐기게끔 했다”며 남다른 감회를 전했다.

선수들의 기를 살리면서도 전략이 급변하는 단기전에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었던 데엔 그의 ‘낄낄빠빠(낄 때는 끼고 빠질 때는 빠지는)’ 리더십이 있었다. 애런 헤인즈의 부상으로 온 대체 외인 제임스 메이스는 ‘스크린을 잘 안 하고 포스트에 잘 안 들어간다’는 박한 평가를 받던 선수였다. 인사이드를 흔들어줘야 할 메이스는 연습 때도 3점슛을 툭툭 던지며 문 감독을 초조하게 했다.

하지만 문 감독은 통역에게 메이스에게 전달하지 말 것을 부탁한 뒤 국내 선수들에게 “메이스가 슛을 쏘면 리바운드 준비를 하라”고 전했다. 메이스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실리를 찾은 것이다. 또 지나가는 소리로 ‘이렇게 쏘면 더 나을 것 같은데?’라고 한마디씩 조언도 했다. “한두 개 쐈는데 안 들어가면 알아서 안으로 들어가더라”는 게 그가 메이스를 닦달하지 않은 이유였다.

반대로 낄 때는 확실히 꼈다. 챔프전을 앞두고는 “자고 있는 김민수가 깨어났으면 좋겠다”며 득점이 안 나오던 김민수를 적극 독려했다. 소극적인 그에게 세리머니도 크게 해줄 것을 주문했다. 김민수는 5, 6차전에 결정적 3점을 성공시킨 뒤 큰 세리머니로 벤치 분위기를 달궜다. 3연승 후 들뜰 수 있는 분위기도 확실히 잡았다. 김선형은 “감독님이 조금이라도 틈을 안 주기 위해 저희를 잡아주시는 모습이 주장으로서 든든했다”고 말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sk 문경은 감독#2018 정관장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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