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때렸다고… 나를 때리는 거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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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이어 지지층도 트럼프 비판


“최고의 여자친구와 헤어진 것 같은 느낌이다.”(앨릭스 존스 인포워스 진행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 화학무기 시설들을 공습한 이후 주류 언론과 핵심 지지층 모두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CNN, 뉴욕타임스 등의 주류 언론은 시리아 대책이 모호하다는 등의 이유로 비판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따랐던 ‘미국 우선주의(아메리카 퍼스트)’ 세력마저 등을 돌린 이유는 대선 때 약속했던 ‘불개입주의’를 저버렸기 때문이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정치적 상황과는 별개로 취임 초 수준을 점차 회복하고 있다. 특히 경제성과가 지지율 회복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러시아 스캔들 특검 수사 등 트럼프 대통령을 괴롭히는 악재가 적지 않아 지지율 등락에 변수가 될 수 있다.

○ “지지율 오바마보다 높아” 자화자찬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자신의 트위터에 “라스무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50%를 막 찍었다. 같은 시점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보다 훨씬 높다. 온통 가짜뉴스와 꾸며낸 이야기 속에서 이렇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적었다. 시리아 공습에 대한 여론이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전에 자신에게 유리한 공화당 성향의 여론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기선 제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라스무센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6일 47%에서 시리아 공습 직전인 13일 50%로 올랐다.

워싱턴포스트(WP)와 ABC가 8∼11일 미국 성인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3.5%포인트)에서도 지지율 상승세가 뚜렷했다. 국정수행 지지율은 40%로 전달(36%)보다 4%포인트 올랐다. 중국산 상품에 대한 관세 부과 조치의 수혜지역인 중서부 지역 지지율이 48%까지 상승했다. 지지율이 취임 초 수준(42%)에 근접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 자화자찬을 액면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취임 이후 15개월간 국정수행 지지도는 여전히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 이후 역대 최저 수준이다.

○ “배신당했다” 지지층 변심 변수

시리아 내 화학무기 관련 시설 3곳만 정밀 타격하는 절제된 공습으로 경고를 보내는 데 성공했지만 앞으로 시리아 내전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되느냐 하는 것도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제프 그린필드 PBS 수석 정치해설가는 “대통령이 무력을 사용할 때 초기 반응은 거의 대부분 우호적이었다”며 “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나느냐가 시험대가 된다”고 분석했다.

주류 언론이 시리아 공습 효과와 트럼프 대통령의 성급한 ‘임무 완수’ 발언에 문제를 제기하는 가운데 핵심 지지층의 반발도 심상치 않다. 이들은 국제 분쟁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미국 우선주의 공약에 대한 배신이자 미국을 끌어들이려는 시리아 반군의 미끼를 문 것이라고 비판한다. 폭스뉴스 진행자인 로라 잉그러햄은 시리아 공습 직후 “이건 트럼프가 당선된 이유가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극우매체 브레이브바트뉴스에는 트럼프의 공습 결정에 대한 분노를 쏟아내는 독자들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한편 미국은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을 지원하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경고하고 나섰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 대사는 15일 CBS방송에 출연해 금명간 대(對)러 신규 제재가 있을 것임을 예고하면서 “아사드 정권과 (시리아 내) 화학무기 사용과 관련된 장비를 거래하는 업체들을 직접 겨냥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트럼프#시리아#공습#지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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