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된 SNS 플랫폼, 정보편식 악영향”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6일 22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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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페이스북 뉴스피드에 특정 기사와 광고가 전달되는 이유를 깨닫는 것이 건강한 ‘디지털 문화’ 형성의 첫걸음입니다.”

파리정치대(시앙스포)의 언론·사회학 연구소 ‘미디어랩’ 원장을 맡고 있는 프랑스 석학 도미니크 카르동 사회학과 교수(53)는 16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사이버 공간에서 퍼지는 가짜뉴스 공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그 진원지의 속살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밝혔다. “(가짜뉴스와 관련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플랫폼이 어떻게 정보를 수집하고 전파하는지, 수익 구조는 무엇인지 그 ‘속내’를 우선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가짜뉴스’를 가려내는 안목을 기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카르동 교수는 ‘교보 인문학석강’ 강연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카르동 교수는 “예를 들어 내가 SNS에 누구를 친구로 두고 있느냐에 따라 접하게 되는 뉴스 종류가 달라진다는 걸 알면 SNS상의 정보를 더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알고리즘(플랫폼이 정보를 제공하는 원칙)은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주장은 이를 알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라며 “무엇보다 젊은 세대가 코딩 지식을 갖춰 알고리즘을 이해하고 강력한 ‘디지털 문화’를 형성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물리, 화학, 수학을 가르치듯 학교에서 ‘디지털 문화’를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카르동 교수는 “SNS 시대에 들어 사람들이 과거에 비해 더욱 다양한 관점에 노출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국경과 문화를 초월하는 다리를 만들겠다던 SNS 플랫폼의 초기 이상이 지켜지고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사람들이 ‘속았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카르동 교수는 한국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댓글 여론 조작’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인종혐오 수준의 발언이 아니면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면서도 “만약 조직적인 개입이 있다면 경각심을 가진 시민들이 힘을 모아 대항해야 한다”며 “플랫폼 차원에선 만약 거의 비슷한 내용의 댓글이 100여 개가 달릴 경우, 이 중 한두 개만 보여주는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댓글 난의) 균형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그건 그 플랫폼의 구조에 문제가 있는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부 SNS 플랫폼이 독점적 위치를 지니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카르동 교수는 “제한적인 숫자의 신문과 방송이 민주주의 발전에 부정적이듯, 몇 개 되지 않는 SNS 플랫폼 수도 (정보 편식을 초래해) 비슷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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