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곳없는 성인 발달장애인, 배움터 생기니 든든”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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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문 연 강동구 평생교육센터, 30명 모집에 각지서 120명 찾아와
서울 발달장애 성인 2만3000여명… 돌봄시설 138곳 그쳐 부모들 고통
서울시 교육센터 10곳 설치… “주민 반발 심해 시설 확대 한계”

지적장애 1급 이재욱 씨(오른쪽)가 10일 서울 강동구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에서 낱말 맞추기 수업을 받고 있다. 이 씨의 어머니는 “성인 발달장애인을 위한 시설을 늘려 달라”고 호소했다.김단비 기자 kubee08@donga.com
지적장애 1급 이재욱 씨(오른쪽)가 10일 서울 강동구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에서 낱말 맞추기 수업을 받고 있다. 이 씨의 어머니는 “성인 발달장애인을 위한 시설을 늘려 달라”고 호소했다.김단비 기자 kubee08@donga.com
“운이 좋았습니다.”

발달장애(지적장애 1급) 아들을 둔 강지향 씨(47·여)가 서울 강동구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에서 수업 듣는 아들을 보며 말했다. 다른 엄마도 “받아주는 곳을 찾지 못해 지쳐 가다 이곳에 들어오게 됐다. 감사하다”고 했다. 이들은 “여기도 안 될 줄 알았다” “하늘이 도왔다” 같은 말을 반복했다. 로또에 당첨된 듯했다.

이곳 평생교육센터는 지난달 30일 문을 열었다. 앞서 1월 열린 설명회에는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 120명이 찾아왔다. 강동구에 살면서 19세 이상이어야만 이용할 수 있음에도 적절한 교육시설을 찾지 못한 부모들은 서울 각지에서 찾아왔다. 센터 관계자는 “시설과 교사 인력을 고려해 30명밖에 받을 수 없었다. 다른 분들은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발달장애는 태어날 때나 자라면서 생긴 뇌손상으로 정신과 신체 성장이 지체되는 지적장애와 자폐성 장애를 합쳐 부르는 말이다. 대다수가 지능지수(IQ) 50 이하이며 소통이 어렵고 자신이 원하는 행동만 되풀이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서울의 발달장애인은 3만1252명. 이 가운데 성인은 2만3213명이다. 평생 돌봄이 필요하지만 학교를 졸업한 이들 발달장애인이 갈 곳은 마땅치 않다. 이들을 맡길 수 있는 장애인복지관과 직업재활시설은 138개소뿐이다. 그나마 성인 발달장애인의 18%인 4239명만 이용하고 있다. 상당수 부모는 평생 아이처럼 부양해야 한다.

강 씨도 1월까지는 그랬다. 아들 이재욱 씨(20)가 2월 한국구화학교를 졸업하면 어떡하나 걱정이 컸다. 자신을 엄마라고 인지하지 못하는 아들을 온종일 씻고, 먹이고, 운동시키는 일은 오롯이 강 씨 몫이었다. 아들의 돌발행동이 가장 걱정이었다. 누군가가 초인종을 누르면 재욱 씨는 문을 열고는 낯선 사람을 집 안으로 끌고 들어오기 일쑤였다. 강 씨는 “재욱이를 집에 두고 나 혼자 슈퍼마켓이라도 다녀올 때면 초인종 벨소리를 꺼두고 나가기도 한다”고 했다.

평생교육센터에서는 성인 발달장애인의 교육과 재활을 돕는다. 교사 10명이 30명을 돌본다. 화장실 습관을 들여 주고, 감정 조절같이 주로 자립을 위한 수업을 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 5년 동안 다닐 수 있다. 다른 발달장애인을 받기 위해서다.

서울시는 2016년부터 평생교육센터를 자치구마다 하나씩 설치하고 있다. 같은 해 노원구 등 2곳에서 문을 열었다. 지난해는 동작구 등 3곳, 올해는 강동구를 포함해 5곳이 개관했다.

강동구는 2016년 10월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이 교육 및 재활 시설을 요구하며 구청장을 만나면서 평생교육센터 설치를 추진했다. 관내 19세 이상 발달장애인은 1202명이다.

시는 평생교육센터를 더 늘리고 싶지만 쉽지 않다. 전용면적 500m² 이상 되는 공간을 찾기 어려워서다. 장애인 시설이 들어서면 미관상, 자녀 교육상 좋지 않다는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적지 않다. 시 관계자는 “지난해 2개 자치구에서 결국 장소를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단비 기자 kubee08@donga.com
#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장애인 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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