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과학 국제학술지에 논문 쓴 공학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UNIST 학사과정 김세준씨
‘고래방류의 사회적 영향’ 발표… “사회과학 통해 세상 보는 눈 넓혀”

“국내에서 돌고래쇼에 동원됐던 ‘제돌이’를 시작으로 돌고래 7마리가 바다로 돌아갔습니다. 돌고래 방류는 해양동물 복지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켰고, 동물 보호와 관리 정책을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학사과정에 재학 중인 김세준 씨(27·사진)는 한국이 2013년 아시아 최초로 돌고래를 자연 방류한 사건의 사회적 파급 효과를 분석해 최근 국제학술지 ‘코스털 매니지먼트’ 2018년호(46호)에 발표했다. 브래들리 타타르 UNIST 기초과정부 교수와 함께 김 씨가 제1저자로 발표한 이 논문은 이달 중 온라인판에도 게재된다.

김 씨는 “돌고래 방류 이후 시민사회의 해양생태계 보호 운동은 이전보다 활발해졌다”며 “특정 종을 보호하는 운동이 생태계 전체를 아우를 수는 없겠지만 그 자체로 상징성이 높아 사회적인 인식을 쉽게 바꿀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런 활동은 관련 정책 변화도 이끌어냈다. 해양수산부는 시민 의견을 받아들여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고래자원의 보존과 관리에 관한 고시’를 개정했다. 2015년에는 해양동물 전문가로 구성된 해양동물보호위원회의 자문을 받도록 하는 내용의 ‘해양동물 전문구조·치료기관의 관리와 지원 등에 관한 고시’를 새롭게 제정했다.

김 씨는 돌고래 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과 동물 복지까지 고려한 돌고래 체험시설 설립 방안 등 후속 연구도 추진 중이다. 대표적인 게 비영리단체인 ‘핫핑크돌핀스’가 고래를 쇼장에 가두는 대신, 관람객들이 직접 고래를 찾아 바다를 항해하는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하는 것. 그는 “세계적으로 동물 복지에 대한 인식은 높아지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이런 부분이 충분히 고려되고 있지 않다”며 “핫핑크돌핀스 프로그램과 비슷한 체험 방안도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연과 환경에 흥미를 느껴 관련 학과에 진학한 김 씨는 2014년 입학 첫 학기에 교양과목으로 수강한 인류학 수업을 계기로 고래 보호정책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현상의 원리를 밝히는 자연과학적 시각과 현상의 사회적 파급 효과와 변화를 살피는 사회과학적 시각을 두루 갖춘 환경정책가가 되는 게 꿈”이라고 밝혔다.

송경은 동아사이언스 기자 kyungeun@donga.com
#돌고래 방류#제돌이#unist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