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풀 암호파일 406개 확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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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조단 “행정처 PC 4대서 추려”… 통상임금 판결 靑개입 문건 포함
다른 의혹도 조사… 5월말 발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11일 2차 회의를 열고 2013년 대법원의 통상임금 판결과 관련한 법원행정처와 청와대 간 교감 의혹 등에 대해 더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결정했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67·구속 기소) 사건의 재판부 동향 파악’ 등 그간 제기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외에 추가로 조사를 더하겠다는 의미다.

특조단은 박근혜 정부 시절 대법원의 통상임금 판결과 관련해 법원행정처와 청와대 사이에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과 관련된 문서파일을 조사했다고 밝혔다. 이 의혹은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지난달 20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법원행정처 질의를 통해 제기했다. 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통상임금 판결에 대해 ‘청와대가 매우 흡족해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법원행정처 문서가 사법부 블랙리스트 2차 조사에서 발견됐다며 작성자를 밝히라고 주장한 것이다.

노 의원에 따르면 통상임금 판결을 앞둔 2013년 5월 8일 박 전 대통령(66·구속 기소)의 방미 당시 댄 애커슨 GM 회장이 “한국 정부가 통상임금 문제를 해결해주면, 한국에 8조 원 즉 8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하겠다”고 하자, 박 전 대통령이 “최대한 합리적인 방법을 찾아보겠다. 꼭 풀어나가겠다”는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그해 12월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인정하면서도 그간 통상임금으로 인정되지 않아 받지 못한 임금은 청구하지 못하도록 신의성실의 원칙을 내세워 노동계의 반발을 불렀다.

특조단은 “통상임금 등과 관련된 문서파일에 대해 작성자와 피보고자, 작성 경위를 소상하게 조사하기로 했다”며 “향후 본격적인 인적 조사 과정에서 추가로 확인되는 법관의 독립이나 재판의 독립을 침해 또는 훼손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들이 있을 경우 철저히 조사해 진상을 규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특조단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긴급조치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를 받아들인 판사에 대해 징계하려 했다는 의혹 보도와 관련이 있는 문서도 조사했다. 해당 판사는 긴급조치 피해에 대해 “배상할 필요가 없다”는 대법원 판결과 배치된 하급심 판결을 내렸다.

특조단이 이날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추려낸 암호파일 406개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규명할 핵심 증거인 법원행정처 PC 4대에서 나온 것이다. 그동안 파일 암호가 걸려 있어 1, 2차 조사에서 열어보지 못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59·사법연수원 17기)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56·18기) 등 4명이 사용한 컴퓨터에서 확보한 파일들이다. 특조단은 “가능한 한 5월 하순경까지 조사를 마무리해 결과를 발표하고, 사법행정권 남용의 책임이 있는 관련자들에 대한 공정한 조치 방향 등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사법부블랙리스트#사법행정권 남용#암호파일#청와대#박근혜 정부#통상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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