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에 ‘학교 태양광 사업’ 허용한다면서… 정부 “협동조합 설득방안 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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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한전에 포기압박 이후
한전 빠지자 태양광 신청 급감… 서울 3월 협동조합 선택 1곳뿐
협동조합은 “한전 철수” 계속 주장

한국전력공사가 학교 태양광 사업에서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협동조합을 설득할 수 있는 방안을 한전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고 정부가 밝혔다. 그 대신 협동조합의 민원 때문에 중단됐던 한전의 학교 태양광 사업은 일단 재개하도록 했다.

1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임시 중단된 한전의 학교 태양광 사업을 재개토록 해 한전이 참여 학교를 신규로 모집하게 할 방침이다. 협동조합은 2016년 한전이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우고 학교 태양광 사업을 시작하자 청와대와 정부 등에 한전의 사업 중단을 요청해 왔다. 이에 한전의 학교 태양광 사업 신규 모집은 지난해 9월 말부터 6개월 동안 중단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약속된 신규 사업 모집 중단 기간은 지난달 말로 끝났다”며 임시 중단 조치였던 만큼 추가로 연장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산업부는 한전에 대해 협동조합이 수용할 수 있는 상생 방안을 다음 주까지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협동조합이 여전히 한전에 대해 학교 태양광 사업 철수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한전이 제출한 방안을 토대로 관계자 회의를 열 계획이다. 그동안 한전과의 대화를 거부해 온 협동조합도 일단 회의에 참석해 한전이 마련한 상생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한전이 이 사업을 중단한 시점부터 학교들의 태양광 설비 신청은 크게 줄었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3월 협동조합을 학교 태양광 사업자로 선택할 학교를 모집했으나 단 한 곳만 신청했다. 서울시교육청의 올해 목표는 110곳이다. 지난해 한전SPC 사업 80곳, 협동조합 사업 4곳 등 총 84곳이 신청하자 목표 달성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지만 현 실적은 미미한 수준이다. 학교들이 협동조합을 사업자로 선정하면 태양광 발전기 사후 관리를 장담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런 속도라면 2020년까지 전국 2500개 학교에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려던 정부 목표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산업부는 한전의 참여가 필수라고 보고 있다. 특히 도심 학교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면 재생에너지 정책에 대한 홍보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본다. 학교 태양광 사업을 통한 발전량이 200∼250MW(메가와트) 수준에 불과한데도 산업부가 한전의 사업 재개에 무게를 싣는 이유다. 정부 관계자는 “협동조합 단독으로 사업을 확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협동조합은 아직 한전이 학교 태양광 사업에서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점석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 회장은 “학교 태양광 같은 소규모 사업은 시민들의 참여에 가치가 있다”며 태양광 보급 속도를 높이고 싶으면 한전은 학교 태양광에 매달리지 말고 다른 사업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협동조합이 정부와 여당에 강하게 민원하면 공기업인 한전이 사업을 계속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세종=이건혁 기자 gun@donga.com
#한전#태양광#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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