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풀릴것” 흘리고… 작전세력, 주가하락 베팅 가능성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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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증권 직원 정보유출 여부 조사

“진짜 내 것(내 명의로 배당된 주식)이 맞는지 궁금해서 팔았다.”

“매도 버튼을 한번 눌러 볼까 하는 호기심에 팔았다.”

이달 6일 ‘유령 자사주’를 매도한 삼성증권 직원 16명은 회사와 금융당국 조사에서 주식을 판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누구보다 주식 매매 시스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증권사 직원들이 왜 잘못 입고된 주식을 시장에 매도했는지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은 자사주를 매도한 삼성증권 직원과 선물 투자 세력의 연계 가능성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삼성증권 직원들의 황당한 행태에 대한 실마리가 풀릴 수도 있다.

금융당국이 이번 사태에 엄중하게 대처키로 한 만큼 삼성증권에 대한 중징계와 더불어 구성훈 삼성증권 대표의 거취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진짜 내 건지 궁금해서 팔았다”

곤혹스러운 삼성증권 사장 구성훈 삼성증권 대표(오른쪽)가 10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증권사 대표 간담회에서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곤혹스러운 삼성증권 사장 구성훈 삼성증권 대표(오른쪽)가 10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증권사 대표 간담회에서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삼성증권은 오류 배당 사고가 난 6일 시장에 풀린 유령주 501만 주를 다시 사들이거나 차입하는 식으로 전부 회수했다. 이 과정에서 매매차손으로 인한 손실 규모는 1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증권은 이 손실을 주식을 매도한 직원들에게 배상토록 한다는 계획이다.

증권업계 안팎에서는 삼성증권 직원들이 이런 결과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을 텐데 왜 주식을 매도했는지에 대해 의아해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주식을 매매한 뒤 실제 결제금액이 2영업일 뒤에 입금된다. 6일 주식을 팔았다면 10일 결제가 이뤄지는 것이다. 삼성증권 직원들은 이 기간에 회사가 잘못 배당된 주식을 회수할 것이고, 책임은 매도한 직원이 질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삼성증권 직원 16명은 왜 주식을 팔았는지 합리적인 설명이 안 된다. 일확천금 욕심에 판단력이 흐려졌거나, 실제 매도했을 때의 결과에 대한 호기심에 팔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고민을 하던 차에 누군가가 대량 매물을 내놓으니 즉흥적으로 동반 매도를 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증권은 6일 주식을 매도한 16명 이외에도 주식 매도를 시도했지만 팔지 못한 직원이 6명 더 있다며 이들도 문책하기로 했다고 10일 밝혔다.

○ 금융당국, 삼성증권 직원-선물 투자자 연계 의심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10일 기자들과 만나 “자조단이 증권을 매도한 직원들의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받았고 오간 메신저, e메일 등을 추가로 제출받을 것”이라며 “불공정 내부거래 혐의를 살펴보고 불법행위가 있다면 그에 대해 처벌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위는 삼성증권 직원들이 자사주 물량이 대거 시장에 풀린다는 미공개 정보를 선물 투자자에게 전달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 경우 선물 투자자들은 주가 하락을 예상해 이익을 챙겼을 수 있다.

선물 투자는 적은 금액으로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는 데다 변동폭도 크다. 선물 투자는 실제 거래대금의 15%만 증거금으로 내면 거래가 가능하다. 10만 원짜리 선물을 거래할 때 1만5000원만 있으면 된다. 현물 주식을 거래할 때보다 6∼7배의 수익을 낼 수 있는 셈이다.

자조단이 주목하는 부분은 6일 폭증한 선물 거래량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증권 직원 16명이 주식을 내다판 전후인 오전 9∼11시 삼성증권 선물 4월물 거래량은 25만5224건에 달했다. 직전 1주간 같은 시간대 거래량의 48배다.

금융위 조사 결과 삼성증권 직원이 고의로 미공개 정보를 유출해 부당 이득을 얻은 것으로 밝혀지면 삼성증권 직원들은 검찰에 고발될 수 있다. 고의가 아니더라도 정보를 유출했으면 시장질서 교란행위로 과징금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

강유현 yhkang@donga.com·박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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