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시민단체 출신들이 협동조합 주도… 靑에 지속적으로 민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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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태양광 사업 靑개입 논란

청와대가 한국전력의 태양광 사업 포기를 요청하는 협동조합의 민원성 주장을 한전에 전달한 것은 환경단체와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협동조합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 정부의 지지 기반으로 볼 수 있는 이들의 민원을 외면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10월 정부가 사회적 경제를 육성해 고용창출에 나서기로 한 만큼 일자리 확대 차원에서 사회적 경제 기업에 속하는 협동조합의 영역을 확대하려는 취지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 불공정 경쟁 주장하는 협동조합

학교 태양광 사업은 사업자들이 학교 옥상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해 전기를 생산하고 학교에 옥상 임차료를 주는 방식이다. 2020년까지 전국 2500개 학교 옥상에 200MW(메가와트) 규모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려는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과 연결돼 있다.

2012년 학교 태양광 사업 시작과 함께 협동조합이 사업에 참여했다. 초기 사업 모델을 협동조합이 만든 셈이다. 하지만 보급이 늦어지자 정부는 2016년 한전의 참여를 요청했다. 한전과 6개 발전자회사는 자본금 2000억 원을 출자해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우고 학교 태양광 사업에 들어갔다. 이때부터 학교는 태양광 사업자로 한전과 협동조합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이후 태양광 사업은 가속도가 붙었다. 10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6년까지 26곳에 불과했던 학교 태양광 사업 참여 학교는 2017년 한 해에만 84곳에 이르렀다. 지난해 참여 학교의 95%인 80곳이 한전SPC 사업을 선택했다.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는 학교 1곳당 지원금만 놓고 보면 협동조합이 4000만 원으로 한전의 3.5배 수준이다. 그런데도 한전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은 사후관리 때문이다. 한전 관계자는 “20년 이상 운영하려면 한전의 설비가 낫다고 보고 소비자들이 선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장에 먼저 진출했던 협동조합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제품 품질에 큰 차이가 없는데도 한전이 전체 시장의 73.6%를 차지한 것은 거대 공기업인 한전과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협동조합 측은 한전이 대규모 발전에 집중하고 1MW 미만 소규모 발전인 학교 태양광 사업에서는 손을 떼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측의 의견이 엇갈리는 만큼 어떤 설비가 소비자에게 더 이득인지 공개된 절차를 통해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 한전 “청와대 관심이 부담스럽다”

협동조합은 지난해 한전의 학교 태양광 사업 참여가 본격화되자 청와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꾸준히 민원을 제기했다. 한전은 지난해 9월부터 6개월 동안 태양광 사업에 참여할 학교를 신규로 모집하는 작업을 잠정 중단했다.

청와대는 물론 여당도 학교 태양광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여당의 중진 의원실에서 한전 직원들을 불러 진행 상황을 확인하기도 했다. 한전 고위 관계자는 “청와대와 여당의 관심은 솔직히 큰 부담”이라고 털어놨다.

정부는 일단 협동조합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나섰다. 그런데도 협동조합 측은 여전히 한전의 사업 포기 요구를 고수하며 한전의 협의 요청에 아예 응하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포진한 협동조합은 여당 인사들과의 인연이 적지 않아 정부 여당에 민원을 넣을 통로가 상대적으로 넓을 수 있다. 서울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를 주도하는 서울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수석연구원과 전태일기념사업회 운영위원을 지낸 박승옥 이사장이 이끌고 있다. 서울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의 이사 2명도 시민단체 출신이다. 문치웅 이사는 서울시 정무부시장 비서실에서 대외협력보좌관을 지냈고, 박승록 이사는 과거 한겨레두레공제조합에서 사무국장으로 박 이사장과 함께 일했다.

세종=이건혁 gun@donga.com / 김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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