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30돌, 아직도 뜨거운 메탈의 꿈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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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헤비메탈 밴드 ‘블랙 신드롬’

6일 서울 마포구 ‘프리즘홀’에서 만난 밴드 ‘블랙 신드롬’. 17년 만의 신작은 10t짜리 철퇴같이 강력한 사운드로 듣는 사람의 뒤통수를 친다. 왼쪽부터 최영길(베이스기타), 박영철(보컬), 김재만(기타). 일본인 드러머 모리우치
히데키는 고국에 있어 참석하지 못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6일 서울 마포구 ‘프리즘홀’에서 만난 밴드 ‘블랙 신드롬’. 17년 만의 신작은 10t짜리 철퇴같이 강력한 사운드로 듣는 사람의 뒤통수를 친다. 왼쪽부터 최영길(베이스기타), 박영철(보컬), 김재만(기타). 일본인 드러머 모리우치 히데키는 고국에 있어 참석하지 못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폐차장, 화력발전소, 폐건물, 묘지…. 30년 동안 그런 데만 배경으로 사진 촬영을 했어요. 그런데 또 발전소로 가자고요? 허허허.”

기타리스트 김재만(55)은 엄살부터 부렸다. 헤비메탈 밴드니까 서울화력발전소 굴뚝을 배경으로 찍어보자고 제안했더니 돌아온 답이다. “(서울 마포구의) 교회 묘지는 저희 단골 촬영지예요. 이번엔 좀 다르게 가죠.”

한국 1세대 헤비메탈 밴드 ‘블랙 신드롬’이 데뷔 30주년을 맞았다. 17년 만의 정규앨범을 들고 돌아왔다. 이들을 6일 서울 마포구 공연장 ‘프리즘홀’에서 만났다. 홀 안에서 멤버들이 모두 검은 옷을 입고 기자를 반겼다. “사전에 짜지 않고 각자 알아서들” 입고 온 건데 “또 블랙”이라며 머쓱해한다.

신작인 10집 ‘Episode’ 표지 바탕색도 검정이다. 보컬 박영철(53)은 팀명에 대해 “우리 머리가 다 까마니까 동양 메탈의 자존심이 되고 싶었다. 지금은 아버지가 지어준 이름처럼 편하다”면서 너털웃음을 지었다.

한국 헤비메탈의 역사는 이들을 빼고 말할 수 없다. 1988년 데뷔앨범 ‘Fatal Attraction’은 세계적인 완성도로 음악계를 놀라게 했다. 1989년 일본 NHK TV는 한국 음악 다큐멘터리에서 이들을 ‘넘버원 헤비메탈 그룹’으로 소개했다. 국내 메탈 밴드 최초로 1990년 일본 시장, 1996년 유럽 시장에 진출했다.
10집 앨범 표지.
10집 앨범 표지.

30년간 고집한 길이 ‘꽃길’만은 아니었다. 그러나 보컬인 박영철은 “좋아하는 것을 쭉 할 수 있어야 프로이고 장인”이라며 “요즘 랩 하는 친구들도 30년 뒤에 랩을 하고 있을 테니까”라고 했다. “신성우, 임재범, 이승철, 서태지…. 다 메탈 밴드 출신이잖아요. 저한테도 솔로 제안이 들어왔죠. 저는 밴드 음악이 맞으니까 고사했죠. 어릴 땐 동갑내기 (이)승환이, (김)종서, (김)태원이를 변절자라 생각한 적도 있어요. 지금은 가끔 만나 얘기하며 웃는 사이죠.”

‘록은 죽지 않는다’지만 사람은 죽는다. 신곡 ‘Man on Fire’는 사자(死者)와 함께 만든 노래다. 몇 년 전 요절한 드러머 이동엽 씨의 생전 드럼 연주 녹음에 나머지 멤버가 새 음악을 덧입혔다. 박영철은 “그 친구 생각을 하면서, 드러머 되기를 꿈꾸는 소년을 응원하는 노랫말을 썼다”고 했다. ‘삶을 위해 싸우라!’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외침이 발라드보다 애절한 노래다. 9곡이 담긴 신작 녹음에는 제로지부터 메스그램까지 다양한 밴드 멤버 30여 명이 참여했다.

블랙 신드롬은 17일 오후 7시 30분 프리즘홀에서 무료 공연을 연다(070-8150-2979). 다음 달 19일 마포구 롤링홀에서는 블랙홀, 디아블로, 멍키헤드와 함께 ‘메탈하니’ 콘서트를 연다. ‘아직도 메탈 하니’란 질문에 답하려 만든 콘서트 시리즈다.

“그래, 아직도 메탈 한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헤비메탈 밴드#블랙 신드롬#박영철#김재만#최영길#모리우치 히데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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