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勞편향 갇혀 ‘반도체 코리아’ 영업비밀 공개한다는 고용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1일 00시 00분


코멘트
삼성전자가 지난달 2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반도체 공장 작업환경측정 보고서가 국가핵심기술인지 판단해 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고용노동부가 500여 개 공정의 장비 종류와 배치 등이 상세히 기술된 이 보고서를 공개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공개 금지 행정소송과 행정심판을 내고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도 냈다. 그러나 고용부는 9일에도 보고서를 외부에 공개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유해인자를 다루는 작업장의 환경을 6개월마다 측정하는 작업환경 보고서는 기업 영업비밀과 직결되기 때문에 그간 부분적으로만 공개돼 왔다. 그러나 백혈병으로 숨진 삼성전자 온양공장 근로자 유족이 산업재해 입증에 필요하다며 보고서 전부를 공개하라는 소송을 냈고, 2월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고용부는 보고서를 유족뿐만 아니라 방송, 시민단체 등 제3자에게까지 공개한다는 지침을 세웠다. 근로자의 건강과 연관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고용부가 후(後)공정인 온양공장에 한정된 판결을 핵심 공정인 기흥·화성·평택 공장까지 확대한 것은 행정권 남용이다.

기업 비밀이 담긴 보고서가 공개되면 삼성전자의 타격은 불가피하다. 현재 중국 등 해외 업체에 독보적으로 앞서 있는 기술의 격차가 좁혀질 것은 분명하다. 정보공개 책임자인 박영만 고용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은 2011년 삼성전자의 백혈병 산재 소송에서 근로자 측을 대리했던 변호사다. 가뜩이나 장관부터 산하기관장까지 노조 출신이 장악해 노동계 편향이 지적됐던 고용부다. 노동계 시각에 갇혀 수출 20%를 차지하는 ‘먹거리’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외면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기술자의 피땀이 축적된 노하우를 통째로 공개하라는 고용부의 단견이 한심하다.
#삼성전자#반도체 공장 작업환경측정#유해인자#백혈병#산업재해#삼성전자 온양공장#백혈병 산재 소송#반도체 산업#고용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