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 면허제 → 등록제로… 저비용항공 생겨 일자리 59%늘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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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완화가 일자리 해법]한경연, 5개 업종 효과 분석

한국경제연구원이 8일 ‘규제 완화가 민간 일자리를 창출한다’며 내놓은 주요 업종 실증 분석과 관련해 산업계에서는 규제를 완화하면서 강화되는 경쟁 체제가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메커니즘이 작동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저비용항공사(LCC) 산업이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다. 성과부터 보자. LCC 국내 1위 제주항공은 2006년 출범 당시 직원이 273명에 불과했다. 창사 17년째를 맞은 지난해 말 제주항공 직원은 정규직 2312명, 기간제 근로자 3명을 합쳐 모두 2315명이나 됐다. 직원이 8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여성 일자리 창출에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직원 2315명 중 남성은 1253명, 여성은 1062명으로 다른 직종에 비해 성별 격차가 적다.

제주항공의 급성장 배경은 두 차례의 규제 완화다. 먼저 1999년 부정기 항공운수사업이 면허제에서 등록제로 전환됐다. 그전까지 국내 항공사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2곳뿐이었다. 등록제가 시작되면서 해외 저비용 항공사를 벤치마킹한 국내 저비용항공사들이 생겨났고 국내선부터 운항을 시작했다. 2009년에는 국제선 면허기준이 완화됐다. 신규 항공사가 국제선에 취항하려면 그전까지는 최소한 항공기 5대, 자본금 200억 원을 갖춰야 했다. 신생 항공사 입장에서는 높은 장벽이다. 하지만 이때부터 취항 기준이 ‘항공기 3대와 자본금 150억 원’으로 대폭 낮아졌다.

규제 완화로 제주항공, 진에어 등 국내 LCC는 국내를 넘어 중국, 일본, 동남아 등 해외 단거리 노선을 공격적으로 늘려 나갔다. 항공업계 경쟁은 격화됐지만 덩달아 관련 산업의 일자리는 매년 늘었다. 한경연에 따르면 국내 항공사업 종사자는 2005년 2만2059명에서 지난해 3만5177명으로 12년 사이에 1.6배로 늘었다. 지난달 이석주 제주항공 대표이사는 기자간담회에서 “제주항공은 일자리 창출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규제 완화의 선순환 효과가 작동하는 곳은 항공업계뿐만이 아니다. 홍성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예컨대 작은 화물택배를 예전에는 우체국이 독점했지만, 민간에 개방되고 규제가 풀린 뒤 다양한 택배서비스와 업체가 생겨나고 택배기사 일자리도 늘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우체국에 가야만 택배를 부치거나 찾을 수 있던 시절에서 벗어나 방문서비스 및 주유소나 편의점에 위탁하는 서비스가 새로 생겨났다는 것이다. 새로운 서비스에는 새로운 인력이 필요하니 새로운 고용시장이 만들어졌다. 경쟁이 새로운 일자리를 낳는 셈이다.

기업인들은 규제 완화를 일자리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지속적인 규제개혁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세븐브로이 김강삼 대표는 “처음에 수제맥주를 허용했지만 제조 사업장 내에서만 팔도록 했을 땐 맥주 회사가 120여 개까지 생겼어도 산업은 거의 무너지기 직전이었다”며 “2014년 외부 유통을 허용한 규제 완화 덕분에 공장 가동률이 크게 올랐고, 직원도 새로 채용했다”고 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추가적인 규제 완화로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분야로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유통, 서비스업과 기존 산업에 새로운 기술이 더해져 산업이 활성화되는 핀테크 산업 등을 꼽았다.

정부는 신산업 분야에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샌드박스 제도’를 지난해 도입하는 등 규제 완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경제연구원과 규제개혁위원회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6년까지 신설되거나 강화된 규제는 총 8878건이며, 총규제는 2009년 1만2905건에서 2013년 1만5269건으로 증가했다. 규제 심사를 거치지 않는 의원입법을 중심으로 한 국회의 규제 입법도 해마다 증가 추세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무원 증원이나 대기업에 대한 일자리 압박 등 현 정부 일자리 정책은 단기 대책일 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의 일자리를 앞당겨 빼앗는 일이다. 장기적으로는 규제 완화로 기업이 많이 생겨나 자연스럽게 일자리가 늘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은택 nabi@donga.com·강승현·박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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