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광현]新플라자합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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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달러당 원화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이라던 달러당 1060원 선이 무너져 3년 5개월 만에 최저인 1056원까지 떨어졌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달 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에 대해 “평가절하와 환율 조작을 금지하는 조항에 대한 합의가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는 내용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환율 시장에서는 이 문구가 앞으로 한국 외환당국의 운신을 제한할 수 있다고 받아들였다. 이를 두고 신(新)플라자합의, 제2의 플라자합의, 한국판 플라자합의, 트럼플라자(Trump+Plaza)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1985년 9월 22일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주요 5개국(G5) 재무장관이 뉴욕 플라자호텔에 모였다. 합의 내용은 “달러화 가치를 내릴 수 있도록 서로 노력하고 대외 불균형 축소를 위해 재정 통화정책에 공조한다”는 단 두 줄이다. 이 영향으로 달러당 260엔대였던 것이 1987년 말에는 122엔대, 1995년 4월에는 79.75엔까지 떨어졌다. 잃어버린 20년이라고 불린 일본 경제 비극의 출발점이 바로 플라자합의다. 일본의 한 대학교수는 “제2차 세계대전 패배와 맞먹을 만큼 충격적”이라고 평가했다.

▷합의에 서명하고 돌아온 당시 다케시타 노보루 대장상은 “미국이 일본에 항복했다”고 했다. 강한 엔이 약한 달러를 이겼다는 정치적 수사에 불과했는데 나중에 실수였다고 인정했다. 당시 총리였던 나카소네 야스히로는 “엔화 환율이 10∼15% 정도 떨어지고 이는 견딜 수 있는 수준이라고 판단했다”고 회고했다. 미일 안보 문제도 얽혀 있어 그 정도는 양보해야 했다는 해명이었다.

▷환율 이면합의설과 관련해 정부는 “환율 문제와 한미 FTA는 전혀 관련 없는 사항”이라며 “별도 논의는 해오고 있다”고 해명했다. 만에 하나 우리의 환율주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소지가 있는 문구에 합의했거나 앞으로 한다면 그 당국자는 한국 경제를 망친 주범으로 기록될지도 모르겠다.
 
김광현 논설위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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