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名문장]넘어서야 창조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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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규봉 GIS분석가
송규봉 GIS분석가
그대는 무엇을 진정으로 사랑했는가? 무엇이 그대의 영혼을 끌어당겼고 행복하게 했는가? 소중한 대상들을 떠올려 보라. 그대의 진정한 본질은 그대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높이 있다. 그대의 교육자는 그대를 해방시키는 사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바로 그것이 모든 교양의 비밀이다. 교양은 해방이며 사랑스럽게 쏟아지는 밤비다. ―니체, ‘반시대적 고찰Ⅲ’

낙타, 사자, 아이. 오늘 당신은 어떤 마음인가? 니체가 남겨준 체크리스트다. 낙타는 무거운 짐을 지고 사막을 건너가는 노예의 상태이다. ‘예스’만 강요된다. 사자는 ‘노’라고 외친다. 자유를 찾아 나서는 용기를 상징한다.

왜 사자보다 아이를 더 높게 평가하는가? 아이는 매일 감탄과 즐거움에 휩싸인다. 신성한 긍정으로 창조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창조하려면 아이가 되어야 한다. 아이는 하루 만의 분만으로 태어나지만 열 달의 산고를 거쳐야 한다. 자유에서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 어제의 자신을 뛰어넘어야 한다.

문맹자에게 세상의 글자는 사막의 모래 같다. 글로 만든 집을 지을 수 없다. 일흔두 살에 사자처럼 용기를 냈다. 한글학교에서 처음으로 글을 배웠다. 일흔일곱에 첫 시집을 냈다. 한충자 시인의 이야기다. 여든둘에 두 번째 시집을 냈다. 여든여섯에는 문예지에 시인으로 등단했다.

이야기를 들을 때 뇌 사진을 찍으면 단어마다 저장된 부위가 표시된다. 사람마다 단어의 뇌지도가 있다. 생각하거나 글을 쓰기 위해 뇌지도의 기억을 연결한다. 자주 연결하면 길이 되고 멈추면 사라진다. 숲속의 길처럼.

나는 누구인가? 질문하면 수많은 기억들이 컴컴한 머릿속에서 별처럼 빛난다. 기억들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밤하늘의 별자리처럼 연결하기 나름이다. 낙타에서 사자로, 다시 사자에서 아이로 연결을 바꿀 수 있다.
 
송규봉 GIS분석가
#니체#반시대적 고찰#낙타#나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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