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임상시험, 중국이 독식?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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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13건 중 10건이 中서 진행… 백혈병 등 다양한 난치병 치료 활용
국내 기업도 2020년부터 연구 예정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미국 국립보건원 제공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미국 국립보건원 제공

최근 중국을 중심으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CRISPR)-Cas9’를 이용한 유전자치료제 임상시험이 늘고 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DNA에서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만 정확하게 잘라낼 수 있는 효소로, 난치성 유전질환까지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기술로 꼽힌다.

5일 미국국립보건원(NIH) 데이터베이스(DB) ‘클리니컬트라이얼스’(ClinicalTrials.gov)를 분석한 결과 현재 세계적으로 진행 중이거나 진행될 예정인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에 대한 임상시험은 총 13건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10건(77%)이 중국에서 이뤄졌다. 이어 미국이 2건, 홍콩이 1건 순이었다.

중국은 2016년 세계 최초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이용한 임상시험을 시작으로 폐암과 자궁경부암, 백혈병, 에이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난치성 질병 치료에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활용하고 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가 담긴 용액을 주입하거나 피부에 바르는 등 체내에 직접 전달하는 방식도 세계 최초로 사람에게 시험하고 있다. 기초임상과 1상 임상시험을 거쳐 2상 임상시험을 앞둔 치료제 4개 역시 모두 중국에서 실시됐다.

중국 베이징 중국인민해방군병원은 난치성 B세포 림프종 환자 80명을 대상으로 면역항암제 ‘UCART019’를 시험 중이다. 이 물질을 체내에 주입하면 면역T세포의 DNA가 암세포를 인식해 제거할 수 있는 ‘키메라항원수용체(CAR)’를 발현하도록 교정된다. 암에 대한 면역 기능을 강화하는 CAR-T 치료제에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활용한 경우다. 항저우암병원은 지난해 3월부터 중국의 제약사 안후이 케드진 바이오테크놀로지와 함께 식도암 치료제에 대한 2상 임상시험에 돌입했다.

올해는 가장 큰 규모의 임상시험도 추진된다. 미국 국립인간게놈연구소(NHGRI)는 이달부터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겸상적혈구빈혈증 환자 160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에 나선다. 국내 생명공학기업 툴젠의 김석중 연구소장은 “아직까지는 대부분 연구 기관을 중심으로 임상시험이 이뤄져 왔지만, 올해부터는 제약사들도 임상시험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툴젠도 최근 300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해 2020년부터 임상시험을 시작할 계획이다. 질병의 종류에 따라 국내에서 할 수도, 해외에서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송경은 동아사이언스 기자 kyunge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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