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색 페트병, 골라내는 돈이 더들어… 차라리 버리는게 나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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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 쓰레기 수거 혼란]페트병, 무색으로 만들자

환경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쓰레기 분리 배출 요령이 각기 달라 시민들은 혼란스럽다. 대구시(위)는 색깔 있는 스티로폼을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담아 배출하도록 안내하고 있으나 이는 현행법이나 환경부 지침과 배치된다. 환경부(아래)의 스티로폼 배출 요령에선 색깔 유무를 따지지 않는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내가 열심히 분리수거한 폐기물이 모두 친환경적으로 쓰일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분리수거를 해도 다 재활용에 쓰이지는 않는다.

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페트병의 재활용률은 79% 정도. 10개 중 2개는 재활용이 안 되고 소각되는 셈이다. 유리병은 42만6203t 중 68.7%(29만2984t), 종이팩은 6만9039t 중 단지 25.6%(1만7695t)만이 재활용됐다. 스티로폼(PSP) 역시 재활용률이 57.7%에 그쳤다. 조합 관계자는 “정부는 매년 목표치를 정하지만 재활용 목표치가 이에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 유색 페트병, 스티로폼은 ‘천덕꾸러기’

일본은 페트병 생산자와 재활용업자가 자발적 협약을 맺고 1992년부터 재활용이 어려운 유색 페트병 생산과 소재, 라벨 접착재 사용을 자제하고 있다. 동아일보DB
일본은 페트병 생산자와 재활용업자가 자발적 협약을 맺고 1992년부터 재활용이 어려운 유색 페트병 생산과 소재, 라벨 접착재 사용을 자제하고 있다. 동아일보DB
문제는 재활용이 어려운 제품 구조다.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와 재활용센터에 문의한 결과 색이 있는 페트병이나 스티로폼은 제조 과정이나 제품 생산 시 불리한 점이 많았다.

수거한 페트병은 선별업체나 재활용 공장으로 보내진다. 도착한 페트병을 사람이나 기계가 무색, 갈색, 녹색, 잡색으로 나눈다. 이후 조각으로 잘라낸 뒤 물로 세척한다. 탈수 및 건조 과정을 거쳐 색깔별로 포대에 담으면 재활용 제품이 된다.

이 중 가장 품이 많이 드는 공정은 선별 작업이다. 재활용 폐기물 처리업체 A사 대표는 “인부 1명이 하루에 페트병 500kg 정도를 선별하는데 하루 10t이 (처리장으로) 들어온다고 하면 20명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최근 최저임금까지 올랐는데 누가 이 인건비를 감당하며 유색 페트병을 골라내려 하겠느냐”고 말했다.

유색 페트병은 골라낸 뒤에도 ‘천덕꾸러기’다. 투명하고 접착제를 쓰지 않아 라벨이 잘 떨어지는 페트병은 1등급으로 조각이 kg당 800원이다. 반면 녹색 등 단일 유색은 2등급, 여러 색이 섞인 페트병은 3등급이다. 투명하고 깨끗한 1등급 페트병 조각은 투명하다 보니 옷, 부직포를 만드는 섬유로 재활용하기 편하고 사용 범위가 넓다. 반면 잡색이거나 이물질이 묻어 있으면 kg당 30∼100원에 불과하고 사용 범위도 작다. 재활용 폐기물 처리업체 B사 관계자는 “장기적인 인건비를 줄이려 선별기계를 들였지만 유색 페트병은 가격도 싸고 색상별 양도 적어 그냥 폐기물 처리를 하고 있다. 차라리 버리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스티로폼도 마찬가지다. 분리수거된 스티로폼은 공장에 도착해 흰색, 유색으로 선별된다. 이후 열을 가해 가래떡처럼 뽑은 후 잘게 썰어 완충재나 건축 소재로 쓴다.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 양동선 대리는 “일일이 사람이 스티로폼을 색깔별로 구분하고 스카치테이프 등을 떼어낸 후 열을 가하는 기계에 넣는다”며 “이 과정이 공정의 50%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스티로폼 역시 깨끗한 하얀색 제품(A급)은 kg당 900원이지만 색깔이 있는 스티로폼은 가공하면 거무튀튀해져 kg당 200∼500원이 된다. 질이 낮은 유색 스티로폼(B급)이나 오염된 스티로폼(C급)은 아예 재활용을 하지 않고 소각하는 업체가 많다.

○ 환경부-지자체 분리수거 방식 놓고 혼선

일부 지자체가 ‘유색 스티로폼은 종량제 봉투에 버리라’는 잘못된 요령을 돌린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재활용업체들이 “색이 섞인 페트병·스티로폼은 수거하지 않겠다”고 반발하니 지자체가 대신 선별할 수 없을 바에야 시민들에게 ‘선별해서 버리도록’ 잘못된 분리수거 지침을 내리는 것이다.

재활용의 장애물은 색상만이 아니다. 7세, 2세 아이를 키우는 주부 김진영 씨(35)는 “아이들이 먹는 요구르트 뚜껑 은박지를 일일이 깨끗하게 떼기 힘들어 그냥 함께 분리수거함에 버린 게 한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재활용업자들은 이렇게 이중 소재가 붙은 재활용품을 일일이 처리하는 데도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이고 있다.

음료업계는 유색 페트병 제조가 제품 차별화를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주장한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한 제품이 가진 정체성과 브랜드를 토대로 페트병 디자인을 차별화해 소비자에게 어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제품의 색깔, 모양, 재질 등을 통일해 재활용률을 높이면서도 제품의 개성을 살릴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고 말한다.

김미화 자원순환연대 사무총장은 “재활용 선진국들처럼 제품의 소재를 통부터 뚜껑까지 하나로 통일하거나 라벨을 떼기 쉽도록 만들어 재활용 과정이 어렵지 않게 규격을 통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일본은 페트병의 재질을 거의 동일하게 만들기 때문에 재활용 섬유를 만들더라도 우리보다 훨씬 양질의 섬유를 만든다. 재활용품의 부가가치도 우리 것보다 훨씬 높으니 재활용 업자들의 수익도 커져 일석이조다”라고 설명했다.

이미지 image@donga.com·김윤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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