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김변호사의 쉬운 법 이야기]법정에서 거짓말 하면 ‘위증죄’로 처벌받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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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증죄 처벌

건물주의 횡포로 시름하는 영세 상인들의 편에 서서 고군분투하는 변호사의 이야기를 담은 KBS 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  세입자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법정에서 변론하고 있는 조들호의 모습. 드라마 화면 캡처
건물주의 횡포로 시름하는 영세 상인들의 편에 서서 고군분투하는 변호사의 이야기를 담은 KBS 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 세입자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법정에서 변론하고 있는 조들호의 모습. 드라마 화면 캡처

몇 년 전 일입니다. 진행 중인 사건의 의뢰인 A가 또 다른 형사사건에 휘말린 일이 있었습니다. A는 재건축조합의 임원이었고, 사건 당일은 재건축조합이 시공사를 선정하는 중요한 총회가 개최되는 날이었죠. 총회에 초대받지 않은 사람들, 즉 재건축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총회 장소에 몰려들자 재건축조합 임원인 A는 이들이 총회를 방해할까 봐 진입하지 못하도록 막아섰습니다. 그 와중에 일이 벌어졌습니다.

A의 말은 한결같았습니다. 자신은 그냥 서서 그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버티고 서 있었을 뿐이라고요. 진입을 시도하던 이들 중 한 명인 B가 자신에게 부딪쳐 오더니 그냥 혼자 나동그라졌다는 것입니다. B는 2주 상해진단서를 발급받아 A를 상해죄로 고소하였습니다.

대낮에 사람도 많았던 터라 목격자가 꽤 있었습니다. 경찰과 검찰의 수사 과정에서 여러 사람이 불려가 조사를 받았습니다. 금방 규명될 것이란 A의 예상과 달리 상황은 전혀 다르게 전개되었습니다. 목격자들의 진술이 엇갈렸던 것입니다.

B와 함께 총회 장소에 진입하려던 사람들은 A가 B의 어깨를 밀어 B가 나동그라지게 된 것이라고 진술했습니다. 그날 총회 개최 관련 업무를 맡은 인사들은 A가 B를 밀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검찰은 B와 함께 왔던 일행들의 진술이 더 믿을 만하다고 판단한 것인지 A를 상해죄로 기소했습니다. A가 무죄를 주장해 치열한 공방이 예정된 형사재판이 시작된 것입니다.
건물주의 횡포로 시름하는 영세 상인들의 편에 서서 고군분투하는 변호사의 이야기를 담은 KBS 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 재건축을 위해 상가 영업을 못하게 막는 대기업에 맞서 조들호와 상인들이 시위를 하는 모습. 드라마 화면 캡처
건물주의 횡포로 시름하는 영세 상인들의 편에 서서 고군분투하는 변호사의 이야기를 담은 KBS 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 재건축을 위해 상가 영업을 못하게 막는 대기업에 맞서 조들호와 상인들이 시위를 하는 모습. 드라마 화면 캡처

형사사건의 첫 공판기일에는 피고인에 대한 인정신문(공소장에 기재된 인물과 피고인이 동일인인지 확인하는 절차로 통상 재판장이 피고인의 성명, 생년월일, 본적 등을 물어 확인)을 마치고, 검찰이 공소 사실을 낭독하면 피고인에게 죄의 인부(유죄 또는 무죄를 주장할 것인지 여부를 묻는 절차)를 묻게 됩니다.

A는 일관된 진술로 상해 사실을 부인하고 있었기 때문에 죄의 인부 절차에서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이어 증거 동의 여부를 묻는 절차에서도 검찰이 제시한 수사기록 가운데 A에게 불리한 증거, 예를 들면 A가 B를 밀치는 걸 봤다는 목격자들의 진술조서에 대해서도 전부 부정했습니다.

꽤 치열한 법정 공방이 이어졌습니다. A가 B를 밀었다고 진술한 목격자들에 대해 반대신문을 하는 한편으로 A가 B를 밀지 않았다고 진술하는 증인들도 내세웠습니다. 총회가 있었던 장소, 사건이 발생한 장소가 B가 주장하는 피해 사실이 발생할 수 없는 곳이라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판결의 결과는 피고인에 대한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는 ‘선고유예’ 형이 선고되었습니다. 유죄 판결 중 가장 약한 형벌이지만 어찌 되었든 유죄 판결이 선고된 것입니다. A는 여전히 억울하여 항소심까지 진행했지만 결과가 바뀌지는 않았고 그나마 가장 약한 형벌이 선고된 점에서 위안을 찾았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에 터졌습니다.

A를 위해 재판에 증인으로 섰던 사람들, 즉 A가 B를 밀치지 않았다고 증언한 사람들이 위증죄로 기소된 것입니다. 심지어 이들에 대한 위증죄 수사는 A의 상해사건 1심 판결이 선고되었을 뿐 항소심에 계류 중인 상태에서 이루어졌습니다. A는 상해 사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기소되고, 유죄 판결을 받은 것도 억울한데 자신을 도와줬다는 이유로 여러 사람이 위증죄로 기소되자 굉장히 위축되었습니다. 자신이 무죄를 주장하는 것이 너무나 면목 없는 일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증거능력을 부여할지 여부에 대해 묻는 절차까지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위증은 방어권 보장을 넘는 위법이라는 의미겠지만 실체적 진실을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과연 누가 억울한 피고인을 위하여 나설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위증죄란 법률에 의해 선서한 증인이 허위 진술을 할 때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국가의 사법 작용 교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는 중대한 범죄입니다. 검찰은 1심 판결 선고 즉시 자신의 기억에 반하는 진술을 하였다면서 A를 위해 증언한 사람들을 위증죄로 수사하고 기소한 것이겠지요.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 제1항에 따르면 이 법에 의해 선서한 증인 또는 감정인이 허위 진술이나 감정을 한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형법상 위증죄보다 더욱 엄중하게 처벌하고 있는 것이지요.

A의 유죄 판결이 선고되자마자 위증하였다면서 기소하였던 국가, 지난 국정 농단 청문회가 거짓말 대잔치였음이 여실히 드러난 지금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법과 원칙대로 가야 맞겠지요?
 
김미란 법무법인 산하
#형사재판#인정신문#선고유예#방어권 보장#피고인#위증죄#허위 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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