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없는 도시? 주민도 슈퍼도 거의 없는 유령도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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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 아부다비 ‘마스다르시티’
유가 급락에 불황 겹쳐 투자 못해
착공 10년… 당초계획의 7%만 완공
나머지는 공사 중이거나 허허벌판… 항공사 직원 900명 등 1300명 거주

지난달 11일 방문한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국제공항에 인접한 ‘마스다르시티’의 공사 현장. 아부다비=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지난달 11일 방문한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국제공항에 인접한 ‘마스다르시티’의 공사 현장. 아부다비=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이 동네에는 슈퍼마켓이 없어요. 그래서 자동차가 없으면 불편해서 살 수가 없어요. 주거시설은 물론이고 편의시설도 변변치 않아서 거주민이 거의 없습니다.”

지난달 11일 아랍에미리트(UAE) 수도 아부다비의 혁신도시 ‘마스다르시티’를 찾았을 때 한 주민은 이렇게 하소연했다. 마스다르(Mas-dar)는 아랍어로 ‘자원’이라는 뜻이다. UAE는 2008년 마스다르시티를 세계 최초의 ‘탄소 제로’ 도시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곳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하여 세계적인 에너지기업들을 유치해 2016년까지 매일 6만여 명이 이곳에 출퇴근하고 4만5000명이 거주하게 만들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이 마스다르시티에 거주하는 주민은 1300명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920명은 UAE 국영 항공사인 에티하드항공 직원이다. 마스다르시티는 아부다비 국제공항 바로 옆에 붙어 있다. 에티하드항공 승무원 한국인 김모 씨(30)는 “올해 초 기숙사가 완공돼 마스다르시티로 옮겼다”며 “공항과 가까운 것을 제외하면 모든 것이 불편한 곳”이라고 말했다.

마스다르시티 거리는 황량했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본부와 독일 지멘스 중동지부 등이 입주한 도심 중앙을 제외하면 허허벌판이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건설 공사가 계속되고 있었다. 거리를 걷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려웠고, 그나마 눈에 띄는 사람은 보안요원이나 공사장 인부들뿐이었다.

‘탄소 제로’ 도시라는 이름도 무색했다. 마스다르시티 방문객들은 도시 외곽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이곳에서 태양광 에너지로 충전된 무인운행 ‘개인궤도자동차(PRT)’를 타고 1.7km를 달려 도시로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도시 내부 공사로 PRT 운행이 중지돼 압축천연가스(CNG) 자동차로 방문객들을 실어 나르고 있었다. 방문객들은 도심 중앙의 PRT 정거장 건물을 한 바퀴 도는 방식으로 PRT를 체험할 수 있을 뿐이었다.

현재 마스다르시티는 당초 계획한 사업 면적(370만 m²)의 7%만 완공된 상태다. 마스다르시티 관계자는 “UAE의 경제성장률 추이 등을 고려할 때 2030년에야 완공될 것”이라고 말했다.

UAE의 마스다르 프로젝트가 지지부진한 것은 글로벌 경제의 침체 때문이다. 당초 아부다비 국부펀드 무바달라는 220억 달러(약 23조3200억 원)를 투자하겠다며 사업을 시작했지만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민간자본 유치가 어려워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제유가까지 급락하면서 정부 재정적자가 심화돼 투자 목표금액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됐다. 결과적으로 ‘탄소 제로’ 목표 역시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

아부다비=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아부다비#마스다르시티#uae#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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