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꿈나무재단 33주년]100만원 ‘씨앗’이 키운 나눔… 낮은 곳의 꿈 무럭무럭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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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생 뜻 모아… 이름 숨기고… 줄잇는 기부, 사회에 희망 심어
농아인야구대회 12년째 후원

3월 31일 충북 충주시 충주야구장에서 열린 제12회 전국농아인야구대회 개막식. 대한농아인야구협회 제공
3월 31일 충북 충주시 충주야구장에서 열린 제12회 전국농아인야구대회 개막식. 대한농아인야구협회 제공

하얀 야구공이 소리 없이 하늘을 가르자 3루에 있던 타자가 홈으로 뛰어 들어섰다.

지난달 31일부터 이틀간 충북 충주시 충주야구장과 수안보야구장에서 열린 제12회 전국농아인야구대회 결승전에서 청주 기드온은 대전 이글스를 상대로 20 대 1 콜드게임(5회)으로 이겼다.

동아꿈나무재단은 2007년부터 전국농아인야구대회를 매년 1500만∼2000만 원씩 후원했다. 2002년 농아교육기관인 충주성심학교가 고교 야구부를 창단해 국내 최초 전국고교 야구대회 출전에 도전한다는 소식을 접한 뒤 후원을 이어가고 있다. 당시 충주성심학교 농아인 야구단은 선수용 야구장비도, 유니폼도 갖추지 못한 열악한 상황이었다. 충주성심학교 야구부를 창단해 키워낸 조일연 대한농아인야구협회장은 “동아꿈나무재단이 야구를 통해 장애를 극복하고자 맨땅에서 야구를 시작한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불어넣어줬다”고 말했다.


충주성심학교 농아인야구단 출신 선수들은 이제 사회인야구단의 주축이 됐다. 내년 10월 한국에서 처음으로 열릴 세계농아인야구대회 개최도 준비하고 있다. 대회 이후 세계농아인올림픽대회에서 자동으로 야구가 정식 종목으로 인정돼 농아인 야구선수들이 꿈에 그리던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을 수 있다. 동아꿈나무재단이 처음 뿌린 씨앗이 농아인 야구의 저변을 넓히는 꽃을 피운 것이다.

동아꿈나무재단은 1971년 3월 제주 서귀포시에서 감귤농장을 경영하던 현암 오달곤(玄岩 吳達坤) 씨(1985년 작고)가 동아일보 창간 100주년(2020년)이 되면 가난한 영재를 위한 장학금으로 써 달라며 100만 원을 일민 김상만(一民 金相万) 동아일보 사장(1994년 작고)에게 희사하면서 시작됐다. 1975년 광고탄압사태 당시 동아일보가 국민과 애독자가 보내온 성금에 별도 출연금 3억 원을 합쳐 1985년 6월 꿈나무기금으로 설립됐다. 이후 33년간 개인의 꾸준한 기부가 동아꿈나무재단을 키워왔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동아꿈나무재단#전국농아인야구대회#현암 오달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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