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센터 건보수가 올려 적자 면하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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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외상 치료체계 대수술

22일 정부가 내놓은 중증외상 치료체계 개선대책의 목표는 한마디로 ‘살릴 수 있는데 때를 놓쳐 살리지 못하는 외상환자를 줄이자’는 것이다. 2015년 응급실을 찾았다가 숨진 외상환자는 8045명이다.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 이 중 2454명(30.5%)은 적절한 의료 인력과 장비를 갖춘 곳에서 제때 치료를 받았으면 살았을 것으로 추정됐다. 이른바 ‘예방 가능 외상 사망률’이 미국(20%) 등 선진국보다 훨씬 높은 것이다.

○ 응급실 전전하다 죽는 일 없도록 이송체계 강화

예방 가능 사망률을 낮추려면 무엇보다 환자를 빨리 외상 전문병원으로 옮겨야 한다. 현재 대표적 환자 이송 수단은 복지부가 운영하는 닥터헬기다. 이 헬기는 전국에 6대뿐이다. 강원 영동과 충북, 경남 지역은 아예 커버하지 못한다. 또 닥터헬기는 몸집이 작아 차량이 정체된 고속도로 한복판에 고립된 환자가 있어도 인양장비로 끌어올리지 못한다. 이에 정부는 연말부터 육해공군의 전투용 헬기를 빼고 산림청과 소방청, 경찰청 등이 보유한 헬기 116대를 필요시 언제든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범부처 헬기 공동 활용체계’는 사실 4년 전 출범했지만 이름뿐이었다. 출동 요청을 접수하고 전파하는 컨트롤타워가 없어 2014년 세월호 참사 때도 작동하지 않았다. 이번 대책이 공염불에 그치지 않으려면 119상황실이 전권을 쥐고 각 기관에 출동 명령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육로로 환자를 옮길 때도 시간을 허비하지 않도록 119구급대와 병원 의료진의 환자 분류 기준을 연내에 통일하기로 했다. 환자를 분류할 때 119구급대는 ‘응급·준응급·잠재응급’으로 나눈다. 반면 병원은 ‘중증·경증·비응급’으로 분류한다. 이 때문에 권역외상센터에 가야 할 중증외상 환자가 일반 응급실을 떠도는 일이 적지 않다. 응급실 분포와 도로망을 고려한 지역별 ‘트라우마 맵(환자 이송지도)’을 만들어 119구급대에 배포하고 응급구조사의 전문성도 높일 계획이다.

○ 외상센터 의료진 지원 강화

중증외상 환자를 많이 살리려면 결국 권역외상센터를 운영하겠다는 병원이 많아져야 한다. 또 그곳에서 일하겠다는 의료진이 늘어나야 한다.

현재 365일 24시간 중증외상 환자를 응급 수술할 수 있는 권역외상센터는 아주대병원 등 전국에 10곳뿐이다. 이 병원들은 대부분 만성 적자 상태다. 복지부는 소생술과 혈관 봉합술 등 권역외상센터가 주로 하는 의료행위의 건강보험 수가를 높이기로 했다. 급박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 진료가 ‘과잉진료’로 취급받아 진료비가 깎이는 일이 없도록 건강보험과 자동차보험, 산재보험의 심사 기준도 개선한다.

이와 함께 권역외상센터 전담 전문의 1명의 인건비 지원액을 연 1억4400만 원으로 현행보다 2400만 원 높여줘 외상치료 분야의 기피현상을 해소하기로 했다. 종합병원 의사의 평균 연봉은 1억6500만 원이다. 국립대병원 부속 권역외상센터 전담 전문의의 절반을 교수로 채용하겠다는 인센티브도 내놓았다.

간호사 1명이 돌봐야 하는 병상은 현행 3개에서 1.5개로 줄어든다. 이 기준을 충족한 권역외상센터가 간호사를 추가로 채용하면 그때부터 1명당 4000만 원을 지원한다.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은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언제는 장비가 없고 돈이 없어 사람을 구하지 못했느냐”며 “결국 진정성이 문제다. 앞으로 (대책이 제대로 시행되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건희 becom@donga.com·김윤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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