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통과 못해도 ‘투기 근절’ 메시지… 부동산 보유세 인상 논의 탄력받을 듯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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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때 도입한 종합부동산세, 현재 유명무실… 강화 추진 가능성
재산세 급격히 올리면 조세저항… 부유층 타깃 증여세부터 손댈수도

토지공개념이 명시된 개헌안이 공개되면서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등 부동산 보유세 인상 논의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보유세를 무기로 한 부동산 투기와의 전면전이 본격화하겠지만 개헌안이 무산돼도 ‘거래세 인하-보유세 인상’이란 진보 정권의 정책 기조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헌법재판소는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08년 11월 종부세를 가구별로 합산 과세하는 세법 조항이 위헌이라고 결정하고,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부과는 헌법 불합치라고 결정했다. 당시 보수 정부와 여당이 종부세 기준가액을 종전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올리기로 한 상황에서 헌재가 이런 결정을 내림에 따라 종부세가 유명무실해진 측면이 있다. 토지공개념 도입은 종부세 가구별 합산과세 조항 등을 부활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소수의 부동산 과다보유자를 대상으로 세금을 매기는 종부세를 폐지하는 대신 전국에 있는 토지를 개인별로 합쳐 전체 토지 보유자에게 과세하는 새로운 유형의 세금이 도입될 가능성도 있다. 올해 1월 더불어민주당이 주최한 보유세 개편 토론회에서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투기 억제와 소득 재분배를 위해 이 같은 내용의 ‘국토보유세’를 신설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다만 전국적으로 영향을 주는 보유세 부담을 급격히 늘리면 조세저항이 심해질 수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해 정부가 부유층의 탈세 수단으로 이용되는 상가건물 등에 대한 증여세를 높이는 우회로를 택할 가능성도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개헌이 성사되면 입법 가능한 대책이 지금보다 훨씬 많아지는 만큼 정부로선 보유세 인상에만 집착할 필요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국회 의석수를 감안할 때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진보 정권이 토지의 공익적 성격을 명확히 한 만큼 개헌 없이도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한 세제개편 기조는 유지될 공산이 크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큰 영향을 끼친 진보 경제학자들은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약 0.8%인 보유세 비중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1%)에 가까운 1% 수준까지 올려야 한다고 본다. 노무현 정부도 ‘보유세 실효세율 1%’ 목표를 2017년까지 달성하겠다는 장기 목표를 갖고 있었다. 진보 정권이 유지되는 한 과세표준(과표·세금을 매기는 기준 금액)을 높이는 방법 등을 동원해 보유세 비중을 늘리려 할 가능성이 높다. 정세은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충남대 경제학과 교수)은 “토지공개념이 헌법에 반영되지 않더라도 ‘더 이상의 투기는 안 된다’는 신호를 주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의 보유세 인상 논의는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에 신설되는 조세재정개혁특별위원회의 출범이 늦어지고 있어서다. 당초 조세특위는 올 1월 출범이 예상됐지만 위원장 선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종=이건혁 기자 gun@donga.com
#토지공개념#개헌안#부동산#재산세#보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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